[새 아침을 여는 시] 가을을 줍다 - 이숙희

햇빛 갈아입고 산에 올랐어라

탱탱한 도토리가

딴죽 걸어

길을 잃고

한참 정신 줄을 놓았어라

 

가랑잎 사이

얼굴이 붉은 가을을 줍다가

눈이 먼 죄로

 

지금도

도토리 키 재기하며

살고 있어라

 

△가을이 깊어갈수록 붉은 단풍이 “탱탱한 도토리”를 유혹하고 있다. 청춘을 물들였던 연정이 “정신 줄을” 잡아당겼던 가을이 간다. 쓸쓸한 밤엔 별빛처럼 더 아름다운 낙엽의 빛. ‘색’은 시인의 마음에 그리움으로 스며든다. 이럴 땐 도토리 한 움큼 양손으로 쥐어보면 가을을 줍는 것일 터. 가을은 사랑했던 옛 기억으로 찾아올 것이다. 사랑은 갔지만 사랑의 기억은 남아있을 시인의 슬픔이 가을을 줍는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