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배처럼 신발들이/물 위로 둥둥 떠올랐지//댐 공사 시작하고/장대비 퍼붓던 날/물이 마루 앞까지 올라왔었지//동네 사람들 한자리에 모여/단체 사진 찍었네/표정들이 묘했지//분위기 눈치챈듯한/슬레이트집 기와집들도 사진 찍어/모두 담겨 있는 책/한 권씩 받았네//아버지의 아버지 그 전부터/맺어온 인연/가슴속에 묻었지//서울 아들네로/전주 아파트로/여기저기로/우리는 민들레 씨처럼 날아갔지//아스라이 눈길 더듬어/마을 있었던 그 자리/구름 담긴 맑은 물 넘실//눈물 빛/마음판에 새기고/추억들 녹여서/수많은 생명 살리겠노라/다짐 반짝이는 용담호"('용담댐' 전문)
용담댐이 만들어지면서 진안군 6개면 68개 마을이 물속에 잠겨 2864세대 1만 2616명의 이주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고향을 잃은 아픔을 안고 인근 도시로 뿔뿔이 흩어졌다. 수몰민들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고향 인근으로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 그중 한 명인 황현화(56) 시인. 그가 용담댐에 얽힌 이야기와 추억을 담아 시 '용담댐'을 썼다.
황 시인은 용담댐을 '감사하고 소중한 곳'이라고 표현했다. 사시사철 맑은 물이 넘실거리고 주변에 우거진 숲과도 완벽한 조화를 이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게 황 시인의 설명이다.
그는 "용담댐이 수몰되면서 30대 초반에 전주로 나갔다. 최근, 그러니까 50대 중반이 다 돼서야 다시 고향의 품에 안기게 됐다. 어릴 적 떠올려 보면 가뭄이 오면 작은 물조리개부터 살수차까지 동원해 곳곳에서 용담댐 물을 받아 썼다.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곳인지 모른다"며 "누군가는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아픔과 희생을 감수했지만, 용담댐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더욱더 편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시인은 진안농협에서 퇴직했다. 지난 2021년 '문예사조'로 등단했다. 현재 진안문인협회 회원, 진안 문화의 집 기획·운영팀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