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민들레 - 진채란

이 길일까, 저 길일까 

오늘도 머릿속이 노란 민들레

 

날이 갈수록 길은 자꾸 가팔라지고

봄바람에 마음 어수선하다

하루종일 입에 침이 마른다

 

갈 길이 천 리

아무리 치켜떠도 눈앞이 캄캄하다

정녕 지도 밖 길은 없는 걸까

꽃잎 흔들고 가는 바람에 애만 탄다

 

황사 바람 속 세상은 오리무중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체념하듯 날아오른 홀씨 하나 떠간다

 

지금 가는 길이 제 길이라 믿는 민들레 홀씨

두둥실 높다

 

△민들레 홀씨처럼 삶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화자가 허공에 떠돈다. 외로움의 농도를 저울에 올려놓지 않아도 번뇌의 아픔을 안다. “황사 바람 속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창공을 나는 홀씨의 슬픔과 두려움이 시를 부른다. 체념한 홀씨는 아파트 그늘을 지나 휘도는 바람이 붙잡는다. 찌그러진 단칸방에 몸을 내려놓지만, 민들레의 꿈은 “두둥실 높다” 바람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겠지만 홀씨는 외롭지 않아야 산다. 그래야 꽃으로 핀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