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치전적지 사적 지정, 활용 방안 마련해야

임진왜란 당시 호남으로 진격하는 일본군을 막아낸 웅치전적지가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이 14일 지정한 구역은 완주군 소양면 신촌리와 진안군 부귀면 세동리 일대다. 오랫동안 완주군과 진안군, 학계, 언론계 인사들이 지정을 위해 애써온 결과로, 뿌듯한 일이다. 이번 사적 지정을 계기로 웅치전적지를 선현들의 호국정신을 기리고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역사학습장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웅치전투는 임진왜란 발발 이후 조선군이 일방적으로 밀리던 1952년 7월, 진안과 전주의 경계인 웅치일대에서 벌어졌다. 당시 전라도 관군과 의병이 금산을 넘어 전라도 감영이 있는 전주로 침공하려는 일본군을 막아내 임란 초기 호남 방어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육상전투에서의 실질적인 첫 승리였으며 민족사적 위기 상황에서 조선을 구한 구국의 전투였다. 이 전투에서 전라도를 수호해 이후 군량보급과 병력 보충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남긴 유명한 '호남이 없으면 국가가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는 말도 여기서 연유한다.

문제는 앞으로 지정된 사적을 어떻게 보존·관리하고 활용하느냐 여부다. 첫째는 역사학습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웅치전적지는 43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당시의 전투 유적지나 유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1976년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국가사적 지정까지 46년이 걸린 것도 뚜렷이 내세울 유물 유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적지에 남아있는 옛길과 자연지형 등을 복원해 이를 역사학습장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탐방로 등을 만들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사적지의 지정구역 확대 문제다. 이번에 문화재청이 지정한 구역은 전체 전적지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정된 지역 이외의 구역에 대한 지속적인 보존과 조사 및 연구 등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지정범위를 확대토록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예산이 수반된다. 따라서 전북도와 완주군, 진안군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인근 이치전적지와의 연계 방안이다. 웅치전투와 함께 벌어졌던 이치전적지는 이번에 사적 지정을 받지 못했다. 이치전적지의 사적 지정에 힘을 쏟는 한편 이들과 금산지역 전적지와 연계하는 방안도 마련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