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부터 문풍지가 울어대는
냉골방에서
우리 할매는 밤새도록 물레를 돌렸다
베를 짤 실을 마련키 위해서였다
할매는 해마다
겨울만 되면 턱없이 늙었다
물레바퀴에 눈처럼 하얀 실타래가
차곡차곡 감긴 만큼씩
꼭 그만큼씩 늙었다
할매 뒤를 이어
엄니가 물레를 이어받았다
물레를 물려받은
엄니 머리에
겨울이면 해마다 백발이 곱으로 늘었다
엄니 언제부턴가
할매가 돼 가고 있었다
△쓸쓸한 나의 감정을 다독여주는 시다. “꼭 그만큼씩 늙었다”라는 할매와 엄니가 “물레를 물려받”을 때처럼 늙음도 그러하다는 시인에게서 따뜻함을 느낀다. 옛 추억을 떠올리는 물레바퀴 소리가 실타래 감기듯 고단한 삶의 숨소리 같다. “문풍지가 울어대는” 냉골 방에서 하룻밤 자고 싶다. 누비저고리를 입었던 소녀가 되고 싶다. 문풍지 소리가 힘들어하는 백발의 노인을 위로해 줄 것 같아서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