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초고령화가 대한민국을 짓누르고 있다. 2022년 3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9였다. 농촌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20년 기준 농가인구는 2,314천명이고, 농가수는 1,035천 가구다. 이는 지난 30년 동안 각각 65.3%, 41.4% 감소한 수치다. ’20년 기준 농업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6.1세이고, 65세 이상 농업경영주 비율은 56.0%다. 전국 평균 고령인구 비율 14.3%를 감안하면 농촌 고령화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
역대 정부들 모두 국가균형발전을 외치며 농촌의 변화와 재생을 추진했다.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 삶의 질 향상계획, 농촌지역 개발계획 등을 추진했으나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도시 근로자보다 농업소득이 적다보니 도시를 향해 떠나갔고, 농촌의 빈집은 빠른 속도로 늘어만 갔다. 농촌 공간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탓에 주민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시설이 농촌마을 주변에 무분별하게 입주하는 등 난개발이 이어졌다. 인구가 줄자 어린이집이나 산부인과 병원이 줄고, 시내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지역도 속출했다.
이로 인해 농촌의 정주여건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농촌다운 모습도 훼손됐다. 국토의 90%를 차지하는 농촌을 살기 좋은 삶터로 바꾸지 못한다면 저출산·고령화의 시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10개 대도시에 거주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생)의 61.6%가 귀농·귀촌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귀농·귀촌에 가장 필요한 요소로 보건의료 시설(58.7%), 생활 여건 및 지역 기반시설(37.7%), 안정적 수입원과 소득(27.8%)을 지적했다.
농촌거주에 필수적인 주택 및 자녀보육 등 농촌정착에 필요한 기반을 제공하고, 농업소득 외 경제활동으로 농민소득을 보완한다면 이도향촌(離都向村)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자료다. 농촌의 정착을 유인하고 지속가능한 농촌 사회가 조성되도록 제도적으로 잘 받쳐준다면 도시로부터 농촌으로 인구가 유입되어 우리가 염원하는 국가균형발전을 달성할 수 있다.
이에 필자는 농촌공간에 대한 난개발을 방지하고 지방소멸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만들고자 [농촌공간의 재구조화 및 재생에 관한 법률안](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동 법률안은 농촌 특성에 맞는 토지이용체계를 구축하여 농촌공간의 난개발과 경제·사회·환경적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농촌공간 재생의 4대 분야(위해시설 정비, 주거 및 정주여건 개선, 일자리 창출 및 경제기반 조성, 부문별 생활서비스 확대)를 개선하여 농촌의 일터·삶터·쉼터로서의 기능을 회복·증진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농촌공간의 재구조화 및 재생이 활발히 이루어진다면 농촌은 쾌적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편되어 ‘가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으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농촌의 잠재력과 기대역할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농촌공간의 재구조화 및 재생을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농촌공간의 정비와 지역 단위 네트워크 구축지원 등에 앞장서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의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는 ‘농촌협약’을 체결하고, 농촌재생 프로젝트 사업들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이 일터·삶터·쉼터로서의 기능을 회복하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농촌공간의 재구조화 및 재생사업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필자도 국회에서 이를 뒷받침할 제도를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
/윤준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정읍고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