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먹는 아메바'
평소 듣지도 못했던 희한한 것인데 명칭만으로도 참으로 흉칙하다. 사람들은 ‘뇌 먹는 아메바'에 의해 국내 첫 희생자가 나왔다는 최근 뉴스에 큰 충격을 받았다. 더욱이 그 희생자가 전북인 이라는 점에서 도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뒷얘기를 들어보니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뇌 먹는 아메바는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뇌세포를 파괴해서 목숨을 앗아가는 아메바의 일종이다. 일단 사람의 몸속에 침투하게 되면 9일 안으로 목숨을 앗아가는데 주로 오염된 물에 기생하며 사람의 코를 통해 뇌로 들어가 뇌세포를 파괴한다.
국내 첫 희생자는 전북교육청 장학사를 지낸 김동욱씨(52)다. 전주해성고에서도 잠시 교편을 잡았던 그는 전북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연구사, 전주 솔빛중 교감 등을 지냈고 4개월 전 태국에 있는 한국교육연구원 원장으로 부임했다가 최근 이런 불행을 겪었다. 국내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했던 ‘뇌 먹는 아메바' 국내 첫 감염…태국서 귀국 50대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뉴스의 주인공이다. 전북교육청 장학사와 전주 솔빛중 교감으로 근무하던 중 지난 8월 그는 태국 한국교육원장으로 부임했다. 남들이 걷는 길을 그대로 따라갔다면 교장도 지내고 잘하면 훗날 교육장도 꿈꿀 수 있었으나 그는 힘들지만 보람있는 새로운 길을 걸었다. 한국어 교사들을 태국 각지의 학교로 파견, 다양한 한국어 강좌를 운영함으로써 한국어를 널리 보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태국은 175개 공교육기관에서 약 4만 6천여 명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정식교과로 배우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한국어 학습자의 약 27%에 해당하는 수치로, 그는 우리 문화와 역사를 배우려는 태국 학생들을 육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다. 하지만 방콕 외곽 지역은 시설이 매우 열악했다. 부임해서보니 에어컨도 없는 교실을 보고 그는 국내 한 전자회사에 장문의 편지를 써 교육 환경을 개선했다. 그러던 중 지난 10일 교육부 연수를 위해 잠시 귀국했는데 곧바로 의식을 잃었고, 병원 치료중 21일 아메바성 뇌수막염으로 사망했다. 귀국 직전 방콕 동북부 이산 지역으로 출장을 간 뒤 두통 증세를 느꼈는데 그때 뇌먹는 아메바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첫 희생자의 안타까운 사연에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는 사람도 많았지만 얼굴없는 저격수들은 인터넷 댓글 등에서 “조심했어야지 뭐하려고 후진국에서 수영을 하느냐”며 비아냥 거리면서 유족을 두번 울렸다고 한다. 태국에 체류 중 수영이나 물놀이를 하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일부 보도 때문인데 그는 물을 싫어해 수영은 아예 안하는 사람이다. 사실은 한국어 보급을 위해 열악한 지역의 공무 활동을 하다가 감염돼 잠시 귀국한 상황에서 의식을 잃어 치료 중 사망한게 전부인데 질병청은 태국에서의 행적조차 묻지도 않았다고 한다.
군산에서 태어나 군산동고, 전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학연구소(구 정신문화연구소)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뒤 교육계에 투신했다.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은 “단순히 한국어 보급을 위해 태국에 간게 아니고 그의 소망은 제2의 이태석 신부가 되는 것이었다”며 혀를 끌끌찼다. 지난 2020년 그는 ‘도덕경은 도덕을 말하지 않는다’ 라는 책을 펴냈다. 필명 김시성으로 번역한 노자의 도덕경 33장 끝부분의 구절이 눈에 띈다. ‘死而不亡者壽 (죽어도 그 정신이 없어지지 않는 자는 오래 산다)라는 구절은 그가 항상 마음에 새겼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생을 마감한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며칠전 전주에서 치러진 장례식에는 평소 각별한 사랑으로 교육활동을 해왔기에 그를 존경했던 제자들이 100명도 넘게 몰려와 울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