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시] 활어 - 황사라

속이 보이지 않는 것은 싱싱해요

벌려지지 않는 조개는 살아 있는 거래요

 

나를 단단히 여미고 싶을 땐 시장에 가요

 

횟집 옆 원단가게 사장님은

둘둘 말아 놓은 천을 풀어 보여주시는데

아득한 바다가 출렁대는 줄 알았어요

 

바위에 붙어 있는 게 굴만 있겠어요

저기 좌판 한 자리에 앉아 

수십 년 동안 곰피를 팔아 온 할머니

손등 위에 물결무늬가 깊게 새겨졌네요

 

흥정은 늘 미끄럽기 마련이지요

손 안의 물고기처럼

자칫하면 놓쳐버리고 말아요

 

하루하루 쳐지는 나의 감정도 

얼음조각으로 덮어 놓으면

조금 더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바위에 수없이 부딪치면서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파도

물길을 잃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데요

 

골목의 해류를 따라가다 보면

지느러미를 펄떡이는 물고기들 

 

나는 잊었던 기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