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제게 당선소감이라는 이름의 파일이 있습니다. 무턱대고 소감부터 쓰던 막막한 날들을 토닥토닥 위로해 봅니다. 막상 건질 문장 하나 없는 건 왜일까요.
신문사에서 연락을 받은 다음 날 해돋이를 갔습니다. 집 가까이 바다가 있지만 일출은 1년에 단 한 번인 연례 행사입니다. 그러니 올해 저의 ‘해피 뉴 이어’는 두 번입니다. 바닷가에서 해가 떠오르는 반대편을 오래도록 봤습니다. 밀려오는 여명과 걷히지 못한 어둠이 뒤섞인 색감이 아름답고도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제게 소설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윤슬의 반짝임은 흔들림임을 흔들리지 않으면 반짝일 수 없음을 이제는 압니다.
치열하게 쓰는 문우들이 많습니다. 쓰는 사람의 태도를 가르쳐 준 난계소설반 식구들. 소정, 영일, 미연, 성주, 지숙, 월향 님. 당신들처럼 소설에 진심인 이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김영, 이강란 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창동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엄창석 선생님. 차분하게 전진하라는 말씀 새기겠습니다. 지민, 지안, 사랑하는 우리 가족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웅크려들던 제게 한 걸음 더 가보라고 해주신 심사위원님과 신문사에 감사드립니다.
* 배은정 작가는 대구 출생으로, 경북대 사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방송 작가로 경북교통방송 'TBN 경북 매거진' 원고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