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겨울 바다 - 신남춘

파도가 어찌 한두 번만 철썩이랴

한 계절이 다 저물 때까지

가슴 복판을 수만 번 치는 파란 그리움

헤치고 부서진 듯하다가

다시 부푸는 큰 너울 바다

 

파도가 어찌 한두 번만 철썩이랴

어둠 속에 묻어둔 별빛 살아나듯이

초롱초롱 눈부시게 굽이치는 그리움의 물결

하여, 해변에 자꾸 눕는다

모래톱마다 하얀 사연을 얹으며

 

세상에 비틀거리지 않는 건 없다

바람 앞에서 바다는

그의 생애가 파랗게 멍이 들도록

출렁이거나 비틀거리고

밤 깊숙이 눈 뜨는 그리움의 바다

 

△<겨울 바다>의 풍경을 떠올려 본다. 밀물과 썰물에 오가는 바다는 소리로 삶의 고통을 모래 위에 오선지를 긋고 음표를 그린다. 뜨거운 연인은 하트를 모래에 남긴다. 파도는 철썩이며 사랑을 시샘하며 지우고, 옆으로 가는 농게가 오선지에 쉼표를 찍는다. 겨울 바다는 그리움이 많아 파랗게 멍이 들도록 출렁이는 걸까. 수평선을 넘나들다가 겨울 바다는 봄을 업고 올 것이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