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과학기술이 촉발한 네 번째의 대전환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들 한다. 18세기 중반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이 있었고,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전기에너지의 활발한 이용이 가져온 2차 산업혁명,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으로 인한 3차 지식정보혁명이 있었다. 이제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뿐만 아니라 사물과 사람, 사물과 사물을 넘어, 인공지능(AI)과 더불어 현실과 가상세계가 초연결되는 디지털변환의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이 네 번째 대전환은 흥미롭고 기이하기까지 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의 상반된 패러다임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전 산업혁명의 그림자인 지구온난화로부터 우리별을 지키기 위한 탄소중립과 4차 산업혁명의 성패를 가를 반도체, 재생에너지와 이차전지, 메타버스 등을 둘러싼 기술패권 전쟁은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패러다임이 적용되는 세계이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세계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인재라고 단언한다. 이 바이러스는 원래 사향고양이, 박쥐, 낙타, 원숭이 등의 동물 몸에 기생하고 있었지만, 우리 인간이 숙주를 포식하고 그들의 서식처를 잠식해가는 바람에 생존의 위협을 느낀 바이러스들이 살아남기 위해 가장 번성하는 동물인 인간으로 옮겨온 것이기 때문이다. 웃프게도 다행스러운 점은 이들이 스마트하다는 것이다. 숙주가 죽으면 자기들도 소멸되므로 숙주의 치사율은 낮추면서 자신의 전파력은 최대화하는 쪽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3년이 넘게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코로나 팬데믹. 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우리도 기민해졌다. 유래 없이 빠른 속도로 개발된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를 보며 미지의 감염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개방과 공유의 오픈사이언스에 기반한 범지구적 공동대응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져버린 바이러스를 물리치려면 세계인이 공동전선을 펴야 하므로 여기에서는 무한경쟁 패러다임이 아닌 공동생존을 도모하는 동주공제(同舟共濟)의 패러다임이 적용되어야 한다. 즉 안으로는 서로의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配慮의 마음이, 밖으로는 국가 간의 連帶와 協力이 바로 인류의 생존을 담보하는 해법이겠다.
앞으로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팬데믹과 인공태양-핵융합에너지, 식량, 기후, 물, 인구 문제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진행형인 대전환은 상이한 두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세계를 초래할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이슈에 공통점이 있다. 해결책으로서 과학기술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은 개인이나 가정의 행복뿐만 아니라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변화무쌍하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us) 현 VUCA 시대를 헤쳐가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창의적(Creative)이면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방식으로 끊임없이 동료와 소통(Communicate)하며 협력(Collaborate)하는 인재가 필요하고, 그 핵심 키워드는 바로 ‘함께’일 것이다.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신형식 원장은 전북대 부총장을 지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한국공학한림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