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걱정

인구절벽 시대, 새해에도 각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인구다. 행정안전부는 새해 전국 인구감소지역에 3조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지방의 인구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농어촌의 비중이 높은 전북은 걱정이 더 크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및 세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북의 주민등록 인구는 176만9607명이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전북 인구 180만명선이 지난 2021년 3월 무너진 지 만 2년도 되기 전에 177만명선까지 붕괴된 것이다.

전북도와 각 시·군 단체장들이 그동안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며 인구 늘리기에 몰두했다. 실제 송하진 전 전북지사는 지난 2014년 민선 6기 지자체장에 취임하면서 ‘사람과 돈이 모이는 300만 전북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시에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치였다. 결국 장밋빛 청사진과는 달리 사람도 돈도 모이지 않았다. 오히려 인구 하강곡선이 이어지면서 거창하게 밝혔던 슬로건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이후 어떤 지자체장도 지역의 장래 인구 목표를 섣불리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인구 늘리기가 아니라 사실상 인구 지키기도 버거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전북 인구는 지난 1966년 252만3000여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후 전반적인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 지역을 지정하고 지원책을 내놓기 전부터 전북지역 지자체의 역점 과제는 인구 늘리기였다. 공무원과 지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소 이전을 적극 권장했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출산축하금 지원액을 늘리고, 귀농·귀촌 정책에도 열을 올렸다. 더불어 교육문제로 인한 인구 유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지자체가 공립학원을 세워 운영하고, 세금으로 수도권 학원 강사를 초청해서 지역의 우수 중·고교생들을 모아 입시교육을 시키는 비상식적인 사업까지 앞다퉈 시행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도, 지자체의 인구 늘리기 시책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오히려 전북 인구가 오는 2050년에는 15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통계청의 ‘시·도별 장래 인구추계’에 따르면 전북 인구는 2030년 169만명, 2040년 160만명에 이어 2050년에는 149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수도권의 강력한 자기장에 그대로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고, 출산장려금만으로는 전국적인 저출산 기조를 바꿀 수 없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탈과 저출산 기조를 바꾸지 못해 지방이 브레이크도 없이 소멸의 늪으로 빠져 들어간다면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균형발전 정책도 허망한 외침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눈앞에 닥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은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지역 간 인구격차를 풀어내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