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방통위 공무원과 언론학자들을 수사할까

김은규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새해 벽두부터 칼바람이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이다. 얼핏 보면 원칙도 철학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기준이 있다. ‘내 편이 아니면, 나를 불편하게 만들면’이다. 그리고 거기엔 ‘법과 원칙’이라는 규범적 언어들이 동원되고, 법기술 관료들이 주도하는 권력기관이 앞장선다. 한편으로는 보수여당과 보수언론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박자를 맞춘다.

권력 감시를 본연의 책무로 하는 언론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언론은 국익과 헌법수호라는 걸맞지 않는 명분까지 앞세워 철저히 ‘왕따’ 시켰다(MBC).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프로그램(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방송된다고 지역공영방송(TBS)의 생존 근거를 박탈했다. 그러면서 불편했던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은 MBC 기자의 도발(?)에 대한 재발 방지를 명분삼아 슬그머니 폐지했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신년사로 대체하는 한편, 특정 보수일간지를 통해 단독 인터뷰를 내놓았다. 언론탄압, 비상식적 언론대응, 편협한 언론관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사로 다져진 맷집일까. 그들만의 원칙 앞에서 쇠귀에 경 읽기이다. 

방송통신위원회 흔들기도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방통위원장의 퇴진을 종용했으나 물러나지 않았다. 보수언론이 나서서 개인적 치부를 드러내고자 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감사원이 나섰고, 방통위는 집중 감사의 대상이 됐다. 2022년 6월부터 통상 감사를 벗어난 고강도 감사를 실시했다. 그리고는 2020년 3월에 실시한 TV조선 재승인 심사과정을 문제삼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일부 심사위원이 점수를 수정한 것을 빌미 삼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은 심사과정을 진행한 방통위 직원과 심사에 참여한 민간인 전문가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심사에 참여하면서 점수를 수정한 언론학자들 역시 수사의 대상이 됐다. 압수수색, 통화기록 및 이메일 조회, 출국금지 조치, 검찰 출두 조사를 받았다. 언론 학계는 범학회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위원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무리한 수사와 언론학자 탄압을 규탄했다. 306명의 언론학자들이 서명한 의견서를 감사원과 검찰에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3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국무조정실의 방통위 감찰 역시 같은 과정이다. 공영방송인 KBS, MBC, EBS의 이사 추천과 선임은 방통위가 주도한다. 이에 전 정권 시절 진행된 이사 선임과 임명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감사원 조사, 검찰 수사에 이어 방통위를 압박하는 또 하나의 카드이다. 조그마한 흠이라도 발견된다면 가차 없는 그들만의 법과 원칙 규범이 적용될 것이다. 

지난 7일 검찰은 마침내 방통위 간부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심사 결과는 지켜 볼 일이다. 방통위 공무원 노조는 이어지는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국무조정실 감찰과 관련 “현정권은 방통위를 방송장악을 위한 도구로 변질시켜 정권수호의 앞잡이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나도 종편재승인 심사에 참여했었다. 검찰 조사를 받고 온 동료 학자의 말이 귀를 울린다. “학자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났다. 화가 나서 살 수가 없다”. 나찌 정권 하에서 고초를 겪었던 ‘마르틴 니묄러’의 ‘처음 그들이 왔을 때’라는 시도 귀에 맴돈다. 내 삶에 묻은 티끌을, 언제 어느 때 법과 원칙의 규범으로 불러낼지 불안하다. 그래서 새해이건만 덕담을 나누기가 힘겹다.      

/김은규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김은규 교수는 현재 한국언론정보학회 학회장이며 전주공동체라디오 대표와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