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보다 가격 싸지만” 명절 앞둔 전통시장 '썰렁' 대형마트 '바글바글'

명절 성수기지만 전통시장 상인들 ‘울상’
반면 대형마트는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
상인들, “전에는 아르바이트까지 동원 정신없었지만 지금은 발길 끝” 곡소리

16일 명절을 맞았지만 손님이 없어 한산한 전주 남부시장./사진=전북일보 조현욱 기자.

“원래 발 디딜 곳도 없었는데 지금은 한산하죠”

설 명절 성수기를 맞은 전북지역 전통시장 상인들과 대형마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손님이 없어 명절 특수를 노리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은 더 깊어져 가고 있고 대형마트는 손님들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오전 찾은 전주 남부시장은 설 연휴 일주일 전임에도 북적거리는 시장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물건을 사는 손님들을 가끔 볼 수 있었지만 되레 눈에 띄는 것은 닫힌 가게 문들과 짧아진 좌판대 줄이었다. 

20년 간 남부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해 왔다는 전모씨(50대‧여)는 “전에는 새벽부터 낮까지 아르바이트를 서너 명 써도 바빠서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저녁 6시나 7시만 돼도 끝이다”며 “이번 설 연휴가 빨리 찾아와서 추운 날씨 때문에 손님들도 잘 안 오려고 하는 거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주 중앙시장과 남부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평년 명절 같으면 시장 곳곳에서는 흥정하는 상인과 손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이날은 갑자기 찾아온 한파처럼 썰렁함만 자리했다.

상인들은 이번 설 명절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기보다 힘들다는 말도 했다.

상인 박모씨(43‧여)는 “코로나 이전에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며 “오히려 코로나 때 재난지원금을 쓰기 위해 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발걸음이 끊긴 상황이다”고 전했다. 

전주 모래내 시장의 경우 새벽부터 상인들이 부지런히 부친 전과 미리 준비한 떡국떡 등이 가판대를 가득 채웠지만 지나는 손님이 없어 먼지만 날릴 뿐이었다. 상인들은 깊은 한숨을 쉬며 오지 않는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상인 염모 씨(50대)는 "설 명절을 앞두고 있어 손님이 평소보단 자주 찾아 왔다. 하지만 딱히 눈에 띄게 늘진 않았다" 며 “예전엔 설 연휴 일주일 전부터 한과를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 놓아도 금방 동나곤 했는데 요즘엔 당일 만들어도 다 팔리지 않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전주시내 대형마트의 분위기는 전통시장과는 정 반대였다. 

전주 소재 한 대형마트의 경우 설 연휴를 맞아 각종 세일과 행사 등을 기획해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구름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민 송모 씨(35)는 "평소 장을 볼 때마다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편"이라며 "아무래도 전통시장은 물건마다 거리가 멀고 현금으로만 결제해야 할 거 같아 눈치가 보여 꺼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설 명절을 맞아 전통시장 활성화 일환으로 지난 14일부터 24일까지 11일간 전국 461개 전통시장 주변도로 주차허용구간을 운영한다.

전북지역 주차허용구간 대상 시장은 전주 모래내시장과 군산 명산시장·주공시장, 익산 북부시장·매일시장, 정읍 샘고을시장, 남원용남시장·남원시장, 완주고산시장·봉동시장, 고창흥덕시장·무장시장, 부안상설시장, 장수반딧불장터 등 14곳이다.

또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통시장과 인근 대형마트 각각 37곳을 대상으로 설 제수용품 27개 품목의 가격 비교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4인 기준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전통시장 27만656원, 대형마트 32만9473원으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 보다 5만8000원, 17.9% 가량 저렴한 것으로 분석됐다.

엄승현 기자‧송은현‧이준서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