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의 기조는 진보와 보수에 따라 다르다. 정당이 추구하는 이념이 다르기도 하고 집권을 한 지도자(대통령)의 정치철학 차이 때문이다. 그러나 국방과 외교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사회적 안정과 대외적으로는 국제관계의 신뢰도 유지 때문이다. 미국이 그렇다. 민주당과 공화당도 집권시 어느 정당을 불문하고 미국 제일주의라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 공화당 트럼프 정부 시절의 미국 제일주의가 민주당 바이든 정부에서도 동맹국의 국익과 안정보다 미국 제일주의가 우선시 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정치의 현실을 보면 기승전-전(前)정부 탓으로 돌리는 전임 정부 색깔 지우기를 넘어 손바닥 뒤집듯 전부를 바꾸고 있어 우려가 크다. 특히, 대북정책 등 전임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 사법 권력을 동원하고 있어 국내 정치권의 논란을 떠나 국제사회 신뢰도까지 심각한 손상을 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 우리 사회는 정권교체기의 혼돈을 넘어 외교 국방을 비롯한 총체적 위기의 시기로 받아들여진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한반도 전쟁 위기 고조 분위기를 대통령이 부추긴다는 사실이며, 윤 대통령의 1월초 핵무장 검토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간 핵전쟁 연습을 하느냐는 질문에 NO라도 답했다. 한반도 비핵화에 전면 배치되는 발언일 뿐만 아니라 한미간 공조를 공고히 한다는 외교 및 국방의 정책 기조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으며, '칼자루'를 손에 쥐는 것이 아니라 '칼날'을 손에 쥐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외교로 인한 위기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미국 방문 당시 논란이 되었던 ‘날리면’과 ‘바이든’ 등 비속어 논란이 진실 공방에 이어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아랍에미레이트 방문시 “UAE의 적은 이란”발언 등은 참사 중의 참사로써 국격이 크게 훼손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또, 한일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에 대해 정부는 “한국 기업이 기금을 조성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변제하는 방식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징용피해자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통해 어렵게 일본의 배상 판결을 끌어냈는데,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피해자 나라의 기업(포스코)가 대신하고 가해자(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과 가해자 정부는 사과 한마디 없는 방식이 과연 정당한가? 여당의 표현대로 전임 정부가 방치한 문제의 해결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내적 위기도 있다. 이태원 참사는 현장 대응에 대한 무능이고, 사고 이후 수습과정의 혼란과 정부의 무책임으로 귀결된다. 경찰청 특수본의 출범 74일 만에 나온 수사 결과는 국가의 안전을 책임진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등 윗선의 조사 한번 없이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집중호우에도 퇴근한 대통령이나 안전을 지키지 못한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회적 안전에 대한 위기를 방치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다. 최고의 위기는 한국정부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승자독식 구조 타파를 위한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제도적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제에서 다당제 도입이 적절한 대안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소신이나 실천 하나면 위기는 극복할 수도 있다고 본다. 입법, 사법, 행정이 상호 견제하는 몽테스키외가 말한 삼권분립의 실천이다. 학문적 접근을 떠나 최고 측근이 아니라 최고 전문가를 기용한다는 대통령 본인이 밝힌 소신, 야당과 대화를 멈추지 않는 전임 대통령의 협치철학 하나면 족하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김제 부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