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휘파람새 곁에서-이승훈

오솔길로 접어들면

새 한 마리 소프라노 음계를 올려

부채든 유월의 나무 사이

톡 하고 건드리면

가슴은 유리잔이 되어

청량감을 쏟아낼 것 같아

면사포를 곱게 쓴 식장으로

청아한 그 모습이 그려지는 

못다 부른 그이의 곡조

누구라도 개운한 몸뚱어리

그 곁에만 있어도

푸른 바다가 물거품 올려

수평선에 수놓은 흰 구름 같이

신경은 잔잔한 다도의 시간

 

△ “부채든 유월의 나무 사이”라는 구절에서 오래 마음이 머문다. “톡 하고 건드리면” 나무가 시원한 기분을 쏟아낼 것이고 마음은 저절로 시원해질 것이다. 숲속의 새는 더 높이 노래할 것이고 푸른 바다와 수평선은 면사포를 쓴 채, 유월의 식장에 들어설 것이다. 시인은 가만히 차 한 잔을 우려낼 것이다. 풍경 속의 시인은 그대로 자신도 모르는 동안 유월의 풍경을 완성할 것이다./ 김제 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