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찾은 전주의 한 대형마트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주말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러 왔지만 대부분이 채솟값을 보고 여러 차례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소비자들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물가에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1인 가구 윤하나(25) 씨는 "혼자 살다 보니 적게 담겨 있는 상품을 찾게 된다. 확실히 양이 적은데도 많이 담긴 것과 가격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조금 사도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많이 담긴 것을 사기에는 다 못 먹고 버려야 하니 아까워서 장바구니에 담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완주군에 사는 주부 정재순(58) 씨도 "주말에는 가족들이 집에 오니까 밥을 안 해 줄 수가 없다. 가족이 한두 명도 아니다 보니 외식비도 만만치 않아서 주로 집밥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채솟값, 식품값 할 것 없이 다 올라서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로 외식값이 크게 오르면서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 집밥족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연초부터 식품, 채소 등 가격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밥상 물가마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해 식품업계가 빵, 아이스크림, 과자 등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2월까지 이어진 한파·강풍에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채솟값이 고공행진하고 있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KMIS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전주 지역 상추 가격은 전년 동기간(2월 초순) 대비 40% 오른 1190원, 미나리는 83.4% 오른 1636원, 풋고추는 30.2% 오른 2198원, 깐 마늘은 8.4% 오른 1만 2965원 등으로 조사됐다. 큰 폭으로 오른 채솟값에 서민들이 체감하는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큰 문제는 서민들의 고물가 부담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이다. 12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정부 당국은 1월에 이어 2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대 초반을 기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한 후 11·12월 5.0%까지 둔화하면서 진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1월에 5.2%로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2월에도 고물가가 이어질 전망이다.
주된 요인은 전기·가스요금, 식료품 값 인상에 이어 택시와 버스·지하철 등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요금 인상 등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2%에서 3.5%로 0.3% 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국제유가의 하향 조정에도 지난해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이 공공요금 등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파격을 고려해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기존 전망치인 3.3%에서 3.4%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공공요금 인상이 공공요금뿐만 아니라 여타 재화·서비스 가격에도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것이다. 민간 소비도 기존 전망(3.1%)에 비해 낮은 2.8%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