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매출상승을 기대하던 지역 인쇄업계가 원자재가격 상승과 인쇄물 수요감소로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고물가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뛰면서 종이의 주재료인 펄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회 전반으로 ESG 경영 실천을 위한 페이퍼 리스(종이 없애기) 캠페인이 확산하고 디지털 기기 발달 등으로 문서 디지털화가 이뤄지는 등 종이 인쇄물 수요가 크게 줄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현재 국제 펄프(펄프 SBHK)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톤당 675달러) 43.7% 오른 톤당 970달러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유가 급등에 지난해 2월부터 적게는 3%, 많게는 11%까지 오르면서 8월에 톤당 1030달러까지 치솟았다. 5개월 동안 지속되던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이라는 게 인쇄업계의 설명이다.
지역 인쇄업계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여기에 토너(잉크) 가격까지 오르면서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인쇄업계 곳곳에서 가격을 인상하거나 인상을 고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주시청 인근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임영철(60) 씨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다 보니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가스·전기요금이 문제가 아니라 종이 자체 가격이 올라서 어려움이 많다"며 "원자재 가격이 올랐는데 소비자 가격을 안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올리기 전 가격을 생각하고 찾아온 손님들도 가격을 듣고 부담을 느끼신다. 항상 미안하고 죄짓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쇄소 사장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안 오른 것 없이 다 올랐다. 전기·가스요금 여파는 크게 타격이 없는데 종이, 잉크(토너) 가격, 기계 부품 등 오른 것은 많이 체감하고 있다. 현재 가격 인상도 고민 중이다"며 " 그래도 지금은 방학이라서 발길이 줄었지만 개강·개학 후 조금이나마 종이 수요가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