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전북 방문

일러스트/정윤성

“오다가 쌀을 찧어 하시바(=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반죽한 천하라는 떡, 힘 안들이고 먹은 것은 도쿠가와” 일본에서 수백 년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아주 유명한 말이다. 천부적 재능을 가진 오다, 그는 천하를 거의 통일했고 철두철미한 도요토미가 완성했으나 결국 최후의 승자가 돼 대대손손 260여 년간 에도 막부를 이어간 것은 덕장 도쿠가와였다. 평생에 걸쳐 어렵게 얻은 자리였기에 도쿠가와는 유훈을 남긴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걷는 것과 같으니 서두르지 마라”, “무엇이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걸 알면 굳이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 는 것 등이 바로 그 유훈이다. 비단 일본에서 뿐이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창업하는 이 따로있고, 수성하는 이 따로있는게 바로 세상의 이치다. 약 400년 후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초대 이승만부터 시작해 수많은 이들이 평생을 노려 오르는게 대통령 자리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원이나 당 대표, 총리 한번 하지않고 단번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쿠데타로 권력을 움켜잡은 박정희, 전두환 또한 목숨을 건 승부를 건 도박끝에 청와대 주인이 됐으나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소위 보수대연합에 의해 최고 자리에 올랐다. 천운이 따랐다는 말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권부를 향한 장정이었다. 물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자신과 입장이 다른 이준석, 안철수, 홍준표, 나경원 등을 포용해내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승리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그는 덧셈의 정치를 뺄셈의 정치로 바꿨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인 차기 권력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화합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처럼 비주류를 아우르는 대범함을 보여줬어야 하나 꼴보기 싫은 사람이나 집단을 배척하면서 결국 ‘윤핵관’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하고, 어쨋든 지난 10일 윤 대통령이 전북을 첫 공식방문했다. 단순히 전북도청을 방문한게 아니고 한덕수 총리, 김관영 전북지사 등 전국 시∙도지사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는 모양도 갖췄다. 지방정부 조직의 실국 수나 부단체장 수 등을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하고 비수도권개발제한 구역해제 권한, 지역대학 재정지원 권한 등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이전및 360개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국가균형발전위에서 KBS, MBC 본사 지방이전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전북방문 때 군산조선소 행사에서 갑작스런 전주MBC 아나운서 출신 사회자 교체, 전주 M한정식 집에서의 오찬 등이 에피소드로 전해지기도 했다. 지역민의 입장에서 볼때 윤 대통령의 전북방문 길에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말도 들린다. 결론은 대통령이 주는 선물을 받는다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이젠 지방 스스로 성과물을 쟁취해야 하는 소위 ‘졸면 죽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