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1세종학당은 러시아에 한국문화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특히 원불교 모스크바 교당 부설 원광교육센터가 주최하는 「한러친선 문화 큰 잔치」는 30여 년의 역사를 통해 매년 8천여 명이 다녀가는 러시아의 주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양질의 한국어 교육은 물론, 사물놀이, 탈춤, 한국무용, 태권도 등 한국의 전통문화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스크바 교당 권은경 교무님이 한국에 다니러 오셨다기에 원음방송 로컬 프로그램 「행복한 응접실 김사은입니다」 인터뷰 요청을 했다. 원광교육센터에서 펴낸 한글 듣기 교재 발간을 위해 몇 년 전 합력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특히 모스크바 1세종학당의 일은 남일 같지가 않았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흔쾌히 방송에 참여한 권은경 교무님은 전쟁의 여파로 비행시간만 20여 시간 넘게 걸려 한국에 왔다고 소식을 전했다. 코로나 19로 세종학당의 활동이 위축되지는 않았는지 매우 궁금했다. 바이러스 때문에 다소 제약이 있기는 했으나 그 가운데도 랜선 한국어교육과 연주 등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는 말과 함께 현지의 뜨거운 열정을 소개했다.
가장 인기 있는 팀은 역시 사물놀이라고 한다. 사물놀이에 매료된 러시아 청년 스베타씨는 홀로 한국을 찾아 농악의 메카인 진도에서 공부를 하고 모스크바에 돌아가서 지도를 하고 있다고. 최근 결성된 탈춤반도 관심이 많다고 하니 한국 전통문화 전반에 큰 관심이 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가야금 병창 반을 만들려고 하는데, 현지에 있는 가야금이 두 대뿐이어서 가야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행복한 응접실 김사은입니다」 러시아 세종학당 인터뷰는 온-에어뿐 아니라 유튜브로 제작되어 소구 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전통문화마을 김진형 이사장님은 주변에서 가야금을 수배하다가 남원에서 활동 중인 전북무형문화재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보유자 송화자 명인에게까지 연락을 취한 모양이다. 송화자 명인과 남원교당 박지상 교무님의 지원으로 모스크바에 가야금 두 대를 보내기로 일사천리 진행되었다. 남원교당 역시 ‘남원춘향도령 원화어린이예술단’을 운영하며 러시아 모스크바, 독일 레겐스부르크 등 해외 공연을 다녀온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가야금은 확보되었으나 이번에는 수송이 문제다. 사려 깊은 송화자 명인이 담양 범음국악사 대표인 허무 명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허무 명인이 남원으로 와서 모스크바까지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도록 손수 포장해주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눈물이 났다. 꽃 한송이 피우는데도 우주의 기운이 함께 한다고 하는데, 가야금 두 대를 모스크바에 보내는 일에 이렇게 많은 분들의 정성과 공덕이 있었던 것이다.
튼튼하게 포장된 남원의 가야금이 비행기 타고 모스크바로 날아갔다. 송화자명인은 “우리나라 가야금 소리가 세계 속에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나는 더 나아가 우리나라 가야금 소리가 전쟁을 멈추고 인류의 화합을 촉진하는 평화의 소리로 울려 퍼지기를 염원한다.
세종학당으로 간 가야금 두 대의 공덕이 모스크바로부터 어떤 기적을 불러일으킬지, 누가 알겠는가. 문화는 살아있는 것이니까.
/김사은 전북원음방송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