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비극 로드킬, 철저한 예방 대책을

야생동물이 찻길에서 사고로 죽는 로드킬이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빈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동물 찻길 사고 조사 및 관리지침’을 제정해 로드킬 예방에 나섰다. 또 로드킬 사고가 잦은 구간을 선정해 ‘동물 찻길 사고 저감대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야생동물이 우리 주변의 도로 위에서 죽어가고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도내에서 발생한 로드킬 사고는 8049건이다. 집계된 사고만 한 해 평균 1600건이 넘는다. 여기에 신고되지 않았거나 도로에서 사체가 발견되지 않은 경우까지 합하면 도로위의 비극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국내에서 로드킬은  2000년대 들어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로드킬 사고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아닌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생명에 대한 윤리와 생태계 보전의 관점에서 로드킬 방지 대책이 요구된다. 특히 동물은 물론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안 요소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도로 위 예상치 못한 동물 사체를 피해 중앙선까지 넘나드는 차량들로 인해 2차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로드킬은 야생동물의 활동량이 증가하는 봄철에 특히 많다. 우선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사고 발생시 후속 차량을 위한 안전조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도로 관리기관인 한국도로공사와 국토관리사무소, 그리고 각 지자체가 로드킬 방지 대책을 체계적으로 수립·시행해야 한다. 고속도로에 비해 생태통로와 울타리·펜스 등 로드킬 방지 시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도와 지방도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로드킬 저감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야생동물 유도 울타리를 늘려야 한다. 또 야생동물의 도로 진입을 막기 위해 도로 가드레일의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활동 폭이 넓어지는 봄이 바짝 다가왔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을 위해 도로에 나선 운전자들의 세심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더불어 지자체와 도로 관리기관의 적극적인 시설 정비와 관리 대책도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