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갑질과 관련해 불공정 인사 논란으로 전북 도청이 한동안 시끄러웠다. 문제는 갑질 자체도 심각하지만 더 우려되는 건 사후 처리 방식과 징계 수위에 있다. 소위 가해자로 지목된 본청 팀장이 징계는커녕 사실상 영전으로 여기는 해외 파견에 인사 조치된 반면 산하기관 팀장은 굴욕적인 강등 조치를 당하면서 ‘이중 잣대’ 에 따른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갑질에 대한 인식 부족이 우려되는 조직 문화에서 그동안 공무원노조도 수차례 이에 대한 문제점을 경고했는데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이같은 경우는 도청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다른 기관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그래도 직장내 갑질은 사실관계 파악과 함께 신속한 조치가 가능한 구조로 돼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 행정 갑질에 따른 억울함과 경제적 피해는 어디에 하소연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을’ 처지의 피해자 입장에선 직장내 갑질과는 달리 보다 적극적인 해결 방식이 필요한 셈이다. 괴롭힘을 당한 공무원도 우월적 지위인 상사에게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는 게 다반사다. 하물며 인허가뿐 아니라 등급 심사. 정부 보조금까지 받아야 하는 이들에게 공무원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생사여탈권을 쥔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그들의 비위를 건드리거나 눈 밖에 나는 언행을 극도로 삼가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들이 도청에 직소 민원을 제기하거나 감사 청구를 요청하는 경우는 더 이상 공무원 갑질을 묵과할 수 없다는 최소한의 의사 표시다. 상황에 따라 여차하면 어떤 불이익을 받는다 해도 끝까지 싸워 그들의 잘못을 밝혀내겠다는 강력한 경고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가해자 중심의 일 처리에 무게를 두면서 본의 아니게 피해자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2차 가해’ 를 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이들 요구가 외면당한 채 오히려 괘씸죄에 걸려 보복성 행정 조치를 당함에 따라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몰리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언론 보도로 제기된 농산물 유통 담당 6급 공무원의 갑질 행태가 이런 범주에 속한다. 보도에 따르면 그 공무원은 자기가 맡은 업무 분야에 불만을 품은 업자를 상대로 폭언과 함께 모멸감을 주는 거친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또 고압적 태도로 불이익을 줄 거라며 대놓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실제 자의적이고 불합리한 국가 양곡 배정을 통해 업자들에게 막대한 경제 손실과 함께 정신적 스트레스를 줬다는 것이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공식 절차에 앞서 업자들은 지난해 5월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문제를 풀어보려고 무진 애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도 ‘갑’ 의 입장에선 민원을 적당히 뭉개고 본때를 보여준 것이다. 즉 공무원에 맞서면 어떻게 되는지 '옐로카드' 를 꺼낸 셈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이 터지기 전에 책임 있는 제3자 입장에서 수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마저 ‘제 식구 감싸기’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김영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