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보배드림'에 ‘전주 OOO호프집 X먹인 고마운 아이야 찾아가서 사죄해라~’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오늘 전주동물원 다녀오는 길에 맥주 한잔하려 했는데 가게에 이런 게 붙어 있다”고 사진을 공유했다.
사진에는 영업주로 추정되는 인물이 가게에 피해를 호소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실제 전북일보가 해당 영업장을 확인한 결과 가게 앞 유리에는 2월 20일부터 3월 21일까지 영업이 정지된다는 행정 고지문과 함께 “네 덕에 팔자에도 없는 한 달이라는 강제 휴가를 얻었어!”라는 분노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미성년자인 줄 모르고 주류를 판매했다가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업주들의 하소연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주류를 불법 구매한 청소년에게도 책임을 물게 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전주시와 익산시, 군산시에 따르면 최근 3년(2020~2022년)간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은 건수는 모두 265건이다.
특히 일부 업주들은 청소년이 위조된 신분증을 내는 상황 등에서는 업주와 점원들이 속수무책으로 속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전주 송천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 모 씨는 “과거 청소년에게 배달로 주류 등을 판매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물론 신분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지만, 당시 외모로는 청소년일 것이라고 생각도 못 해 전혀 의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몇 푼이나 번다고 청소년들에게 술을 팔겠나"며 "차라리 안 팔고 법을 지키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는 업주들이 대부분 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최근 3년(2020~2022년)간 전주시와 익산시, 군산시에 부과된 영업정지 265건 중 139건이 청소년이 신분증 도용 등으로 처분 취소나 기소유예 등으로 감경 처리를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감경 처리는 쉽지 않다는 것이 한계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청소년이 신분증을 도용 또는 위조 등을 해 영업자가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업주 입장에서는 입증하는 데 시일이 걸릴 뿐 더러 복잡하기 때문에 감경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북대학교 상권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예전에 영업정지를 당했을 때, 이리 저리 뛰어다니면서 감경은 받았지만 우리가 변호사도 아니고 이런 상황이 닥치면 막막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위법행위를 저지른 청소년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인회장 출신 이국 전주시의원은 “사업주는 벌금과 영업정지 등 불이익이 큰 반면 구입자의 경우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며 “청소년 스스로 이러한 행위를 하지 말아야 정상이겠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우면 구매자에게도 어떠한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위법에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조례제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구입한 청소년에게 자원봉사 시간 등을 부여해 경각심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승현 기자·송은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