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郡) 1 시가화(市街化), 나라 살리는 문화혁명

 

김도종(전 원광대학교 총장∙전 인문학 및 인문 정신문화 진흥심의위원회 위원장)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주민등록인구통계를 발표하였다. 인구 3만 명 미만의 지방자치단체가 19곳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4곳이 전라북도의 자치단체다. 장수군, 무주군, 진안군, 그리고 순창군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대책으로 많은 지방에서 출산장려비를 주었다. 전국적으로 지난해까지 준 출산장려금은 약 200조 원이라고 한다. 출산장려비가 인구감소를 막는 대책이 되지 못하였다는 것은 지방소멸 위기의 실증적 지표가 잘 보여 주고 있다. 위기는 또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우리나라 합계출산률이 0.78명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국가소멸 위기라고 규정했다. 1990년대부터 인구감소 위기는 예견되었다. 그러나 무대책이었다.

결혼, 출산과 관련한 청년세대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는 더 충격적이다. 지난주 한 방송이 소개한 논문의 내용이다.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미혼여성은 응답자의 4%였다고 한다. 그리고 응답한 남성의 12.9%만이 결혼과 출산을 필수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이런 결과를 가치관의 변화로 보는 연구자들이 있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경제적인 이유다. 경제문제가 어렵게 된 것은 서울집중 현상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경제적 요구를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 방법이 “1군 1 시가화(市街化)”이다. 군 단위로 주거지를 한곳에 모으며, 산업경영의 방식도 바꿔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진안군의 인구는 2만 4천 5백 명이다. 이 인구가 789㎢의 면적에 1읍 10면의 자연마을 단위로 흩어져 산다. 마을마다 빈집들이 있으며 65세 이상 인구가 36%에 이른다. 이 인구를 진안읍을 중심으로 집단 주거지를 만들어서 모여 살게 하자는 것이다. 2만 5천의 인구가 집중된 시가를 이루어서 모여 살게 되면, 일단 학교를 유지할 수 있다. 시장과 병원이 들어서게 된다. 극장과 목욕탕 경영이 가능하게 되고 대중교통이 편리해지게 된다. 시장의 원리에 따라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모이고, 돈이 모이면 각종 직업군이 따라오게 되는 것 아닌가? 이처럼 전국적으로 군 단위 인구를 한곳에 모아 시가지화하면 인구 2-3만의 작은 도시들이 된다. 이 작은 도시들을 그물처럼 연결하면 나라의 형태가 달라지게 된다. 미래형 거대 도시로 국토가 변하기 때문이다. 시가화를 하는 대규모 건설공사로 나라 경제의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이 읍 중심의 새 터전으로 떠난 자연마을과 농토들은 농장과 산업용지로 구획정리하여 정돈한다. 읍내에 사는 사람들이 출퇴근하며 농업에 종사하거나 산업기관을 운영하게 된다. 농업도 과거와 같은 가족 노동과 가족경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청년세대 중심의 창농(創農)을 지원한다. 기업형 농업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나이 드신 땅 주인들은 농업회사의 주주가 되어 경제적 이득을 나눈다. 이 도시에서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디지털 관련 창업자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과 지원제도를 운용할 수 있다. ‘1군 1 시가화’는 문화혁명이다. 자연 친화적이며 디지털 하부구조가 갖추어진 미래형 도시를 만들기 때문이다. 지방과 나라가 다시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문화자본주의로 변화하는 시대정신에도 맞는 일이다.

/김도종(전 원광대학교 총장∙전 인문학 및 인문 정신문화 진흥심의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