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여러기관 결과 함께 살펴봐야

전북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 양성준 위원

‘조별리그 2위 기록하며 16강 진출 성공’, ‘조별리그 1무 2패 최하위로 탈락’ 작년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성적을 예측한 기사들이다. 결과는? 오 필승 코리아! 예측의 결과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판명된다. 경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는 정확히 맞추었는가가 가장 큰 관건이 된다. 

 

‘A후보의 지지율은 38.4%로 지지율 29.3%의 B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이번 조사는 50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4.4%...’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4월에 앞서 유권자들이 접하게 될 선거여론조사 결과의 예시이다. 이러한 선거여론조사는 당선자 예측의 도구로만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당선자 예측은 선거여론조사의 일부의 기능일 뿐이다. 오히려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의 과정에 투명성과 신뢰성을 부여하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거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의 생각이 표출되는 도구일 뿐 아니라 후보자와 유권자가 간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첫째, 선거여론조사는 민의를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다. 과거에는 언론이나 후보자들의 목소리에 의한 민의의 왜곡이 가능했다. 정보화 시대인 지금은 SNS, 메신저, 유튜브 등을 통해 쏟아지는 정보들로 종종 혼란을 겪지만 선거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의 생각을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조사하고 요약하는 것으로 가장 객관적인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나타내는 도구라는 점은 분명하다. 후보자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유권자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으며 유권자들은 본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뿐 아니라 다른 유권자들의 생각 또한 알 수 있게 된다.

 

둘째, 선거여론조사는 후보자들의 정책에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여론조사를 통해 정치인들은 더 많은 지지자의 획득을 위해 동의를 얻은 정책의 강화, 그렇지 않은 정책의 수정 및 폐기를 고민할 것이다. 특히 부동층 공략이나 열세층 만회를 위한 과감한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밖에도 선거여론조사는 선거에 대한 감시적 기능도 가지고 있다. 직전까지 한 번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선수가 갑자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예외적인 기량향상일 수도 있지만 약물 복용 등의 부정을 의심받기 십상이다. 여론조사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선거부정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게 된다. 

 

우리나라 선거여론조사의 역사는 약 35년 정도로 짧은 기간이지만 급속도로 발전해 왔다. 무응답 등에 의한 편향을 줄이기 위한 보정방법들이 적용되며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다. 다만, 오차의 발생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에 특정한 조사 결과 하나보다는 여러 기관의 결과를 함께 살펴보기를 추천한다. 

 

덧붙여, 선거여론조사가 더 든든한 민주주의의 도구로 기능하기 위해 유권자들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지지율 숫자 자체에 너무 주목하기보다는 후보자들의 정책이나 목소리에 따른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며 민의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또한 보다 정확하게 민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여론조사에 좀 더 적극적으로 응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