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장기독재정권을 무너뜨린 1960년 4∙19혁명의 도화선은 남원 출신 김주열열사다. 자유당 정권의 몰락은 소위 3∙15 부정선거로 인해 집단시위가 일어나던 와중에 김주열 열사의 눈에 최루탄이 박힌 사진 한 컷이 부산일보 지면에 소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냥 묻혀서 지나갔지만 사실 어제는 3∙15 부정선거라는 어두운 기억의 편린이 남아있는 날이었다. 1987년 발표된 중편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이문열 작가의 대표작인데 3∙15 부정선거로 무너져버린 1950년대말 60년대초 자유당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시골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부조리한 권력관계를 그려낸 매우 빼어난 작품이다. 소설은 공직사회에서 좌천된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강원도 시골 초등학교로 전학을 온 5학년 한병태란 아이의 이야기다. 엄석대 반장이 군림하는 학급의 부조리한 현실에 저항했지만 끝내 굴복하고 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반장이던 엄석대 왕국도 결국 붕괴되고 만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엄석대를 끌어내 윤석열 대통령과 소위 윤핵관들을 에둘러 비판하면서 주류, 비주류간에 엄청난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편에선 엄석대라고 하고, 다른편에선 훌리건이라고 하는 등 내부총질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권뿐 아니라 야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 이후, 내홍이 깊어지면서 내부총질 논란이 번지고 있다. 전북도는 최근 '대한민국 농생명산업 수도, 전라북도'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야심찬 농생명산업 수도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이를위해 전북도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7조3,800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식품기업 매출액 7조 원 시대를 열고 '농민 행복' 실현을 통해 농가소득을 6,000만 원대로 진입시키겠다는 거다. 김관영 지사는 "올해부터 전북이 가진 농생명 신산업 고도화와 새만금 농생명 용지에 신공항 건설, 신항만, 철도 트라이포트와 연계한 새만금 글로벌 푸드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통일왕국은 아니었지만 전주가 잠시 후백제의 수도였던 것을 제외하곤 언감생심 전북이 반만년 역사에서 언제 수도였던 적이 있던가. 농생명산업 수도는 그래서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머물러선 안되고 명실공히 전북의 틀을 새로 바꾸는 모멘텀이 돼야한다. 그렇게 되려면 하나의 전제가 있다. 지역에서 내부총질이 있어선 안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새만금관할권 논쟁으로 인해 군산, 김제, 부안 등이 갈등을 빚는 듯한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관할권 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 자치단체는 변호사비만 10억원 넘게쓰는가 하면 또다른 시군에선 5억원 넘게 지불하면서 대형로펌을 사는 것은 결국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농생명수도의 실현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시군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바 아니지만, 전북내부의 단합 없이는 결국 농생명수도나 전북특별자치도는 쉽지않다. 김 지사가 정치적 부담이 크더라도 결국 이 갈등을 정면돌파해야 하는 이유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