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영화 속에서 키팅 선생(로빈 윌리암스)은 대학 진학에 짓눌린 학생들에게 줄곧 '카르페 디엠'을 외친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시키지 말고 청춘의 욕구와 감정을 맘껏 발산해라.”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라틴어다. 직역하면 '지금 (병 마개를) 따라', 내일을 위한다며 아끼지 말고 오늘 '현재를 즐기라'는 뜻이다. 카르페 디엠은 로마시대 호라티우스의 시에서 처음 등장한다.
"짧은 인생, '현재를 즐기게'. 미래에 대한 믿음은 최소한으로 줄이고.."('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
'카르페 디엠'을 영어는 ‘Seize the day(오늘을 붙잡아라)’로 번역했다. '오늘, 이 시간을 소홀히 흘려보내지 말고 꽉 붙잡아라'가 되겠다.
우리는 이를 '현재에 충실하라'로 해석한다. '즐겨라'를 '충실하라'로 번역하는것은 산업화시대의 ‘근면’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명백한 오역이다. '즐기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한몫했을 것이다.
즐기는 건 나쁜 것일까?
호라티우스는 에피쿠로스학파, 쾌락주의자다. 쾌락주의는 쾌락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다. 쾌락이 곧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쾌락주의자인가?
에피쿠로스는 한순간의 감각적 쾌락은 오히려 불쾌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쾌락에 방해가 된다고 했다. 그는 감각적 쾌락보다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명상에 집중했다.
즐거움은 좋은 친구와의 대화, 등산, 게임 등 취미활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사람마다 쾌락의 포인트가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 강렬한 쾌락은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 깨달음을 얻을 때 일어난다.
독서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접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품고, 그러다 문득 깨우침이 생길 때 비할 수 없는 쾌감을 느낀다.
감각적 쾌락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좋은 그림을 보는 눈, 판소리를 듣는 귀, 맛을 느끼는 미각은 절로 생기지 않는다. 훈련(공부)을 해서 감각을 개발해야 한다.
정작 문제는 자신이 무엇을 즐거워하는지, 언제 행복한지를 느끼지 못하는 데 있다. 내 아이들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길을 가라고 충고했는데, 아이가 대학 갈 때 말하길 “아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게 참 어려워요”한다. 직장에 들어간 지금도 잘 모르겠단다.
미래교육은 아이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것이다. 진정 ‘맞춤형 교육’을 하려면 아이들 하나하나가 자신이 무엇을 즐거워하는지를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
좋아하고 즐길 때 창의성이 튀어나오고 스스로 독특해질 수 있다.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은 감독이 되기 전에도 엄청난 영화광이었다.
그는 오직 좋아하는 일을 했고, 영화가 좋아 영화 말고는 다른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라는 말을 많이 들을 것이다. 이런 말도 기억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을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니체의 말이다.
전북교육은 ‘배움이 즐거운 교실’을 교육의 지표로 삼고 있다. 배움이 ‘즐거워야’ 꿈을 키우며 성장할 수 있다.
학교여, 카르페 디엠을 허하라!
/한긍수 전라북도교육청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