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지방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일본이 관측한 지진 중 최대, 19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도 네 번째로 강력한 대지진이었으니 그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대지진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설상가상 강진이 일어나면서 발생한 초대형 쓰나미는 센다이 등 해변도시를 덮쳤다. 도시는 순식간에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지진의 여파는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까지 이르러 건물이 붕괴하고 대형 화재가 이어졌다.
더 심각한 문제가 더해졌다. 높이 15m나 되는 쓰나미에 결국 침수된 후쿠시마 원전. 격벽이 붕괴하면서 후쿠시마 도쿄전력 제 1원전의 1,2,3,4호기가 차례로 폭발했다. 이어진 재난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누출되기 시작한 다량의 방사능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 1원전 사고 수준을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7등급이라고 발표했다.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 중 최고 위험단계였다.
원전이 폭발하면서 누출된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는 가장 위험한 땅이 됐다. 방사능이 퍼지면서 암 환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그 증거 중 하나다.
그러나 원전 방사능 오염은 후쿠시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21년, 2~3년 후에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고 예고했다. 해양 방류는 방사능이 섞인 오염수를 그냥 바다에 흘려보내는 일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처리수'로 명칭까지 바꾸며 안전성을 강조하지만 오염수가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은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바다로 방류된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퍼지게 되면 우리나라와 중국 등 인접국가의 해양 환경을 비롯해 인체와 수산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폭발사고가 난 지 12년. 일본이 예고한 방류 시기가 올해다. 당초 4월로 예정되었으나 이제 6월로 미뤄진 모양이다. 어찌됐든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바로 눈앞에 와 있는 셈인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대응책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6일에 있었던 한일정상회담에서도 일한의원연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는 보도가 있을 뿐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고 전한다.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산케이신문의 보도도 있다. 당연히 우리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궁금해지지만, 대통령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사실조차 ‘구체적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피해국이 될 처지인데도 어정쩡한 이 상황. 군색하기 짝이 없다. / 김은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