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과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국민 정서와 괴리가 크다는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제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피해자의 회복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없다'는 현직 판사의 논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판사는 논문에서 ‘사실상 강제징용 소송은 소멸시효 없이 언제든 소송을 제기할수 있다’논리를 펼치고 있다.
21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신우정 전주지법 군산지원장은 이번 달 논문집 ‘사법’에 ‘강행규범과 시제법-강제징용·위안부 사안을 중심으로’란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에서 신 지원장은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에 대해서는 가해자인 일본 측의 두 강행규범 위반에 따른 국제법상 회복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여기서 강행규범은 국가·개인을 포함해 국제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보편적으로 지켜야 하는 국제법 규범을 말한다.
국제법 학계·실무에서는 이 강행규범이 규범 우월성·보편성을 갖는 국제법상 최상위 규범으로 보고 있다.
이에 UN 국제법위원회(International Law Commission)는 지난 2022년 강행규범에 관해 총 23개 조항 및 부록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대표 강행규범에는 침략행위 금지와 제노사이드 금지, 반인륜적 범죄의 금지, 국제인도법의 기본원칙, 인종차별·분리 금지, 노예 금지, 고문 금지, 자결권 등이 있다.
신 지원장은 이러한 강행규범이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공감할 만한, 그보다 더 큰 가치 수호를 위해 시제법 법리의 선별적 후퇴가 가능하다고 봤다.
여기서 시제법이란 ‘사실이 발생할 당시 성립하고 있던 법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는 법리’, 즉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피해 시대, 일제강점기 시대 법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국제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기본적인 가치를 보호하는 강행규범은 그 특성상 시제법에 우선되어야 할 정당성과 필요성을 인정받는다.
그러면서 신 지원장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가 노예금지 및 반인륜적 범죄의 금지라는 강행규범에 충족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강제징용·위안부 피해가 발생할 당시에는 관련 강행규범이 없었지만 소급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가해자인 일본 측은 피해자들에 대해 두 강행규범 위반에 따른 국제법상 회복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해석이라는 것이 신 지원장의 논문의 핵심이다.
나아가 당시 관련 강행규범이 출현하기 전이었다고 하더라도 강제징용·위안부 피해가 당대 존재하던 인도주의와 인간 존엄성 존중이라는 법의 일반원칙을 위반한 행동 결과라는 점에서 일본 측의 국제법상 책임 및 피해 회복을 인정하는 법리가 현 국제법 체제 안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이 신 지원장의 설명이다.
신 지원장은 “UN 총회가 지난 1968년 ‘전쟁범죄와 반인륜범죄에 관한 시효 배제 협약’을 공식 채택했다는 점, 2005년 국제범죄에 해당하는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과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국내 민사법상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는 점 등을 통해 징용 피해자·위안부 피해자 회복청구권에 대해서는 소멸시효 법리가 배제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