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첫 통일 위업을 달성한 진나라 시황제를 도와 승상 자리에 올랐던 이사가 젊은 시절 말단관리를 할 때의 에피소드다. 어느 날 측간을 갔는데 관청 측간의 쥐는 허접하고 더러운 것을 먹다가도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오면 그때마다 무서워서 놀라 달아난 반면, 양곡 창고에서 사는 쥐는 제 맘껏 쌓인 곡식을 풍족히 먹으면서도 큰 집에 살아서 그런지 사람이나 개를 전혀 개의치 않고 먹더라는 것이다. 이것을 본 이사는 무릎을 탁 치면서 “사람이 어질다느니 못났다느니 하는 것은 결국 쥐처럼 자신이 처한 환경에 달렸구나”했다. 큰 도둑은 대우받는 반면 좀도둑은 늘 허겁지겁 뛰면서 이눈치 저눈치 보는 측간의 쥐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큰 물에서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만고풍상 끝에 승상자리에 오르게 된다. 말년은 불운했으나 어쨋든 이사의 일화가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요즘 도의회나 시군의회가 해외연수를 간다고 해서 도하 언론에서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보다 훨씬 많은 혈세를 들여 외국에 가는 국회의원은 신문 동정란에 버젓이 실려 마치 큰일이나 한것처럼 대우받는 반면, 1년에 한번 해외에 나가는 지방의원은 측간의 쥐처럼 좁쌀 좀 먹으면서 눈치까지 봐야 하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 사회의 구조를 잘 들여다보면 양곡 창고의 쥐 보다도 측간의 쥐가 더 갑질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 후 해외연수에 나가는 의원들의 행태는 실로 가관이었다. 대부분 외국 방문 경험이 전무했던 지방의원들은 밤새워 고스톱을 치는 것은 보통이었고 새벽 시간에 의회 직원을 불러 라면을 끓여오게 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공개적인 면박을 주는 것은 예사였고, 자신의 짐을 직원에게 들게 하는 것도 늘상 있는 일이었다.
그로부터 한 세대만큼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젠 적어도 의원과 직원들 간 부당한 갑을 관계는 없는 듯하다. 지난번 전북도의회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의장과 사무처장이 공개적으로 정면충돌하는 일까지 있었고 심지어 도의원과 도교육청 과장이 언성을 높이며 다툰 사례도 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완력으로 억누르려는 추태는 많이 사라진 듯하다. 하지만 속내를 잘 들여다보면 요즘에도 지방의회 안팎에서는 크고 작은 갑질 얘기가 들리곤 한다.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본인만 모를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거다. 최근 지역사회에서는 상대방에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제멋대로 굴다가 갑질로 찍혀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데 이젠 갑질뿐 아니라 을질도 문제라고 한다. 자신의 약자 지위를 역이용해서 횡포를 부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일을 안 하거나 못하면서 입만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대체로 말이 많고, 대외적으로는 마치 자신이 큰 수난과 피해를 당한 것처럼 포장하는데 능숙하다. 갑질뿐 아니라 을질도 척결돼야만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