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에 든든히 배채우고 가길" 김회인 전주교구 신부

3000원 김치찌개를 판매하는 청년식탁 사잇길을 담당하는 천주교 전주교구 김회인 신부./사진=조현욱 기자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식탁’이 놓인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치솟는 물가 속 ‘3000원 김치찌개’를 파는 착한 식당이 지난달 10일 전북대학교 신정문 인근에 문을 열었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단체는 바로 천주교 전주교구로, 김회인(48) 신부가 이곳을 담당하고 있다.

전주교구와 김 신부는 지난해부터 교구내 다른 신부들과 청년, 사회 어려운 계층을 위한 사업을 기획했다고 한다.

여러 제안이 나왔지만 ‘밥이라도 제대로 먹입시다!’하고 나온 결과물이 3000원 김치찌개를 파는 ‘청년식탁 사잇길’.

김 신부는 주변에서 ‘지속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부정적인 반응에도 ‘사랑’이라는 요소는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3000원 김치찌개가 팔리면 팔릴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랑’을 비롯해 자비심, 너그러움과 같은 '인문학적인 변수'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전했다. 식당의 손실분은 전주교구에서 부담한다. 다만 가게로 많은 시민들이 봉사를 할 수 있냐는 문의를 비롯해 기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심지어 식당 수익금은 청년 지원 사업에 쓰이는데, 첫 번째 사업으로 자립하는 청소년과 청년을 돌보는 단체에 식사권을 보낸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명사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하거나 멘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의 청년 사업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 식당 안쪽엔 손님이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무인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김 신부는 ‘노나놀자 나눔으로 놀자’라는 취지의 카페로 그저 놀면서 나눌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위가 있어서 베푸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값싼 식당이 아닌 모두가 부담 없이 찾아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김 신부의 목표는 ‘청년식탁 사잇길’이 희망을 제시하는 기회의 장이자 봉사하는 ‘식탁’ 중심의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식당’이 아닌 ‘식탁’인 이유도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구분되지 않고 온 가족이 둘러앉는 공간이 되길 원했다”며 “‘사잇길’ 또한 어릴 적 자연스레 동네아이들이 모이던 골목. 즉 사잇길 같은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육체적인 ‘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문화적인 ‘밥’과 마음의 ‘밥’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전주영생고, 전북대학교 졸업 후 28세의 나이로 신학교에 들어가 38세에 천주교 사제가 되었다. 이후 사제 생활을 하며 성공회대학교 시민사회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는 천주교 전주교구 소속 신부로 활동하고 있다.

송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