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운천 의원 ‘토사구팽’ 호남의원 홀대 논란

정운천, 이용호 뿐인데도 요직은 커녕 홀대
당 영판검경으로 세력재편 의도적인 호남 소외론도
정운천 도당위원장직 사퇴 압박, 이용호 스카웃해놓고 핵심당직 요원
김기현호 출범 시부터 호남 소외 더욱 극심
이준석, “의도적인 호남포기전략” 주장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와 호남유세를 벌이고 있는 정운천, 이용호 의원/사진=전북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호남 국회의원들을 홀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여당 내 호남 출신 국회의원들은 있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회의원은 정운천(비례)∙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 2명뿐이라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10일 여의도 정가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지난 2일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현장유세에서 “100명도 안 되는 사람이 모였다”면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도당의 상태가 너무 망가져 총선을 치를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김 대표가 얼마나 호남의 정치적 상황에 무관심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북에선 최근까지 정운천 의원을 제외하면,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보수정당 소속 현역 정치인이 전무했다. 그나마 정 의원의 활동으로 지난 지선에서 광역·기초의원을 배출했다. 

실제 지난해 지방선거전까지 국민의힘 소속 전북 지방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전북의 정치조직은 민주당이 99%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진보당처럼 중앙당이나 다른 지역 당원들을 동원해 선거 지원을 할 만큼의 관심도 없었기에 김 대표의 ‘매운탕’ 선언은 뜬금포라는 평가다. 

정운천 의원은 전주을 당협위원장으로서 전주을에 출마를 포기했기 때문에 당 규정에 따라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놓았다. 사퇴서는 1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수리됐다. 문제는 당 규정에도 없는 전북도당위원장직 마저 사퇴하도록 종용했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대선 득표율은 전북 14.4%, 광주 12.72%, 전남 11.44%로 10%를 모두 넘겼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와의 표차가 0.8%임을 고려하면 호남의 선택이 신승의 원동력이 됐다.

재경 호남인들의 규모를 생각하면 정운천∙이용호 의원은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에 큰 도움이 됐다. 두 의원 모두 호남과 중도층에 어필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용호 의원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민의힘으로 직접 스카우트했다. 이 의원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도 러브콜을 받고있는 상황이었지만, 긴 장고 끝에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전북의 선거판은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해도 이 의원에겐 민주당으로 복당하는 것이 선거공학적으로도 이득이었다. 윤 대통령이 이 의원을 부둥켜안고 ‘천군만마’라고 표현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그럼에도 이용호 의원은 초반 인수위를 제외하고 당내 핵심당직을 맡지 못했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해 예상 밖 선전을 한 것도 이 의원 스스로의 결단이었다.

그가 유일한 호남 지역구 의원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최고위원이나 정책위의장 같은 중책도 무리한 인사가 아니다. 기자 출신으로 재선의원인 점을 고려할때 수석대변인직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에서 호남 소외 현상은 김기현호가 출범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친윤·영남권 일색으로 꾸려졌다. 일각에선 여당 실세는 ‘영판검경’으로 당 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수석대변인 등까지 포함해 영남출신 판사와 검사, 경찰 출신들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국민의힘의 이 같은 움직임을 ‘의도적인 호남포기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영남, 강남의원들이 둘러 앉아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강경보수에게 어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속하는 호남포기전략을 포기하라”고 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역시 "김종인·이준석 체제에서 추진한 서진정책의 효과가 대부분 소멸한 것이 확인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