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왕의 궁원(宮苑)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민선8기 우범기 시장의 대표 공약사업인 왕의 궁원 프로젝트는 후백제와 조선왕조의 다양한 역사문화자산을 기반으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글로벌 역사관광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올해부터 오는 2042년까지 20년간 약 1조5000억원의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최고의 역사관광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시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기대가 크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전주시는 20년간 추진될 이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옛도심과 아중호수·치명자산·건지산·덕진공원 일원에 대규모 관광·문화시설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38개 세부사업에는 전주지방정원 조성·덕진공원 명소화 등 전주시가 그동안 추진해온 역점 사업과 전주관광케이블카 설치를 비롯한 민선8기 공약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이 가운데는 관광케이블카 설치 등 찬반 여론이 분분해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사업도 있다.
20년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안정적인 예산 확보도 과제다. 전주시는 우선 막대한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고도(古都) 지정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다양한 정부 공모사업 등을 통해 국가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업의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구조다. 국비 확보를 위해서는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과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시작만 요란한 채 용두사미로 끝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각 사업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탄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힘 있게 추진해 구체적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후백제의 왕도이자 조선왕조의 본향이었던 전주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살아 숨 쉬는 유·무형의 지역 문화자산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도시의 미래 문화관광자원으로 육성하는 일은 전통도시 전주의 오랜 과제다. 천년 문화도시의 미래를 그린 청사진이 제시됐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추진됐던 세부 사업들을 뚜렷한 비전과 체계적인 전략, 그리고 공간별로 묶어낸 마스터플랜이다. 지역의 정체성을 살려 도시의 미래를 여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가 차근차근 차질 없이 추진돼 전주의 대변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