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시간이 돌을 쪼아 먹는다 새싹 누러 간다/ 두 발 걸칠 때마다 어깨를 움츠려 준 내일의 가지가 반짝반짝// 죽은 자는 눈이고 산 자는 사람이라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시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 중 일부.)
감성 시인의 온화한 마음으로 길러낸 풍경이 시 속에 수채화 같은 맑은 색감으로 풀어진다.
이영종 시인의 시집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걷는사람)가 출간됐다.
평소 현실과 상상은 충돌해서 아름답다고 믿는 시인은 삶의 한 장면을 시 한 구절로 사려 깊게 담는 법을 안다.
이때 일상적인 순간에서 자그마한 눈부심을 포착하는 시인의 작업에서 그의 서정성은 더욱 더 빛을 내고 메마른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시인은 “눈 오는 날 숭어 맛은 첫손가락에 올려놓는데 눈이 좋아 펄펄 뛰다가 해감이 되기 때문”이라며 “시도 혼돈과 질서 사이를 폴짝폴짝 뛰다가 잃어버릴 것은 잃어버리고 코끝이 빨간 희망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시 세계는 타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해 대상의 마음을 상상해 보는 다정함으로 갈무리된다.
이에 대해 박동억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의 가장 근본적인 자세는 타자에 대한 환대를 예비하고 있다”며 “이 시집을 단 하나의 표정으로 바꿔 표현한다면 그것은 세상의 모든 존재를 환대하는 미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집의 끝자락에는 시인이 독자를 염두에 둔 시도 눈에 띈다.
“연필 끝에 달을 달아/ 그대 생각 아껴 가며 지우고 쓰겠습니다// 답장을 보내도 괜찮습니다/ 연필 끝에 달을 달아/ ( ) 다”(시 ‘끌리기 좋은 간격’ 중 일부)
시인이 시 속에 괄호를 넣어 독자가 품은 감상을 마음 속에 답장으로 남기도록 새로운 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시인은 정읍 출신으로 지난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현재까지 문단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