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강행한 것처럼 뒷전 밀린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 약속 또한 지켜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지난 3일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최종 지정돼 공식적으로 고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지역 핵심공약으로 제시한 지 불과 1년여 만의 수확이다.
국토부는 이날 자정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못 박았다. 국토부는 이날 고시문을 통해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면서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제 22조에 따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그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번 이전공공기관 지정에 따라 2005년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의 잔류기관에 포함된 한국산업은행은 수도권 잔류기관에서 제외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총선과 엮이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정권실세인 국회의원이 부산을 지역구로 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위한 지방 이전 계획안 승인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중심지 지정과 관련해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태도다.
반면 기금운용본부 이전 후인 2017년도부터 본격적으로 거론돼 온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를 합치면 무려 7년 이상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다만 산업은행이 정부의 지방 이전 공공기관으로 고시가 된다 해도 본사 이전을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산업은행법에 본사 위치가 서울로 명시돼 있어 이전 고시만으로는 부산 이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결국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처럼 국회의 산업은행 본점 소재지에 대한 법 개정이 필수다. 그러나 이번 고시 강행으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강한 반발이 예고돼 있다.
전북 입장에선 산은 이전에 무조건 발목을 잡는 대신 제3금융중심지 지정과 산은 이전을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약속’이라는 큰 틀로 묶어서 부산과 쌍끌이 성과를 노리는 편이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산은 부산 이전에는 다수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으로 야당이 제3금융중심지 카드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명분을 세우자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은 5일 성명을 내고 산은 이전은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는 침묵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필요하지만, 절차와 원칙을 지켜가면서 추진 드라이브를 거는 게 맞지 않냐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이날 “'영남은 꼼수, 호남은 무시'가 대통령의 본심이냐. 제3금융중심지 문제는 외면한 채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위한 정부의 무리수가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무리수 둬가며 꼼수 쓸 시간에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 핵심공약 중 하나였던 전북 제3금융중심지 약속을 지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어 “(산은 이전에는)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면서 정작 윤석열 대통령의 호남 핵심공약 중 하나였던 전북 제3금융중심지는 하세월”이리며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대해 소 닭 보듯 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영호남을 향한 태도인 것이냐. 이런 식의 태도는 국가균형발전도 금융허브로서의 집적효과에도 윤석열 정부가 관심이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