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내소사 길-안관엽

흘러가는 새털구름과 같이

하늘을 찌를 듯 도열한

내소사 입구 전나무 숲길을 걷는다

 

한 아름 넘는 전나무 두 그루가

태풍과 맞서다가 지쳐서

다리를 쭉 뻗고 누워 있다

 

스님!

“저 쓰러진 나무는 무엇에 쓸 건가요?”

네!

“한 오백 년 비바람에 잘 말려

법당 지은 대목수 불러 잘 다듬어

부처님 이쑤시개로 쓸 겁니다”

 

사천왕 부릅뜬 눈이 샐쭉 웃는다

 

△ 눈코 없는 나뭇등걸도 “한 오백 년 비바람”을 겪어야 부처님 치아라도 친견하겠다. 아무 감정 없는 통나무도 “한 오백 년 말”라야 부처님 법당 지은 대목수의 연장 맛이라도 볼 수 있겠다. 싸움판에서 처절하게 패배하고 “다리를 쭉 뻗고” “쓰러진” 저 나무토막도 비바람 까락까락 견디고 나면, 퉁방울눈을 부라리는 사천왕도 무섭지 않겠다. 참말이지 하나도 안 무섭겠다. /김제 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