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나의 삶”... '김지하 마지막 대담' 출간

고(故) 김지하 시인 1주기 맞아 시와 사상 담은 대담 엮어

고(故) 김지하 시인

“저항에서 생명으로 가없는 길을 열어간 김지하 선생의 문학과 사상의 참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이 대담집을 완성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8일은 고(故) 김지하(1941~2022) 시인의 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지난해 5월 싱그러운 봄날에 대문호는 갑작스럽게 기약 없는 이별을 전했다.

신간 <김지하 마지막 대담>(작가)은 김지하의 문학과 사상에 대한 공부와 연구에 매진해 온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가 고인에게 들은 생전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았다. 

김지하 마지막 대담

“나에게 선생은 위대한 대학이었다. 동양과 서양, 논리와 초논리, 직관과 영감, 과학과 종교, 경제학과 미학 등에 걸친 식견 속에서 굽이치는 선생의 목소리는 동굴 속에서 나오는 울림처럼 깊고 유현했다.”(‘김지하 마지막 대담’ 머리말 중에서)

이 대담집에는 저자가 김지하 시인과 나눈 8번에 걸친 대담과 함께 김지하 시와 사상을 해설한 2편의 평론도 수록됐다. 

전반부는 문예지의 청탁을 받아 진행된 것이고 후반부는 대담집 간행을 목표로 기획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 기획 대담이 완성형에 이르지 못했다고.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김지하 시인과의 만남이 차단됐고 코로나가 풀릴 시기 시인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김지하는 1980년대 초반부터 인간성의 상실, 생명 파괴, 기후 위기, 팬데믹 창궐 등을 예언하며 생명 사상, 살림의 문화 운동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시인의 이야기는 직접 들을 수 없게 됐다. 

“나는 한류에 대해 실질적으로 사회사적인 폭발로는 2002년 월드컵 때부터라고 봐요. 붉은 악마 돌풍이 불면서 그때 일본 사람들이 깜짝 놀랬어. (중략) 이것은 포스트 한류, 제2기 한류에서 중요하게 되는 콘텐츠 문제, 미학적인 어떤 방향성 문제, 이런 것과 관련이 될 수가 있지요.”(‘포스트 한류의 미학적 원형에 대하여’ 중에서)

시인의 육성을 더는 들을 수 없지만 이 책에는 잠든 세상의 나침반처럼 저항 시인이 들려주는 고언이 그대로 울려 퍼지고 있다.

저자는 “선생은 대담장에서는 물론이고 자동차 안에서나 기차 안에서나 찻집에서나 새 시대 새 길을 열어나가는 개벽 사상가였다”며 “선생으로부터 시는 물론 인간, 문명, 세계, 우주의 지평을 듣고 꿈꿀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김지하 시인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비’, ‘황톳길’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70년 사상계에 ‘오적’을 발표한 후 투옥과 사형 구형 등 고난의 세월을 겪었으며 원광대 석좌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