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사먹는 밥 한 끼의 가격이 만원을 넘는 것이 놀랍지 않은 요즘이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고물가 시대에 밥값이라고 안 오를리 없다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매일 한 끼는 꼭 밖에서 사먹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가 없다. 그렇다고 마냥 끼니를 거르기에는 남은 하루, 해야할 일들이 걱정이다. 식사는 단지 밥 한 공기, 국밥 한 그릇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냥 ‘먹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오늘 하루, 이번 달, 올해를 힘차게 살아갈 동력이 된다.
얼마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전국의 대학교를 대상으로 ‘천원의 아침밥’이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2017년 처음 시행된 이 사업은 학생들이 천원으로 학생식당에서 아침을 사먹을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이 나머지 비용을 부담해 준다고 한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은 편의점 삼각김밥 한 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고, 농식품부에서는 쌀 소비를 촉진한다는 장점이 있는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사업이다.
그런데 기사를 보다보니 의문이 생겼다. 의미가 있는 사업이고, 학생들의 호응도 높은 사업이라 하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대학은 전국에 41곳이 전부였다. 그리고 올해 두 배로 확대했다는 예산은 15억8800만원으로 정부에서 전국단위로 공모하는 사업임을 감안했을 때 예상보다 크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대학에서 짊어져야 할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학생과 정부가 각각 천 원씩을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은 대학에서 부담을 한다. 요즘 물가를 고려했을 때 대학은 학생 1인당 천원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대학 학생식당은 외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학과 외주업체 간의 협의도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은 사업에 참여 신청해야 하는 주체인 대학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는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이 사업에 대해 MZ세대의 표심을 사기 위한 ‘값싼 포퓰리즘 정책’이라고도 말한다. 필자 역시 이 사업의 가성비와 한계에 대해 이해한다. 하지만 고학하는 청년들의 값진 한 끼를 천원짜리 선심성 사업의 산물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예로 ‘십시일밥’이라는 비영리민간단체가 있다. 2014년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 단체는 청년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식사지원사업’ 및 ‘생필품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사업은 아주 간단한 구조로 시작됐다. 공강시간 한 시간 동안 학생식당에서 봉사를 하고 그 값 만큼 식권을 받는다. 그리고 그 식권을 필요한 학우에게 기부한다. 운영구조는 간단하지만 문제의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은 무척 특별하다.
위의 두 가지 사례를 보며 한 끼의 가치에 대해 고민했다. 어떤 한 끼는 값싼 포퓰리즘 정책의 산물로 폄하 되고, 또 어떤 한 끼는 지속적이고 확산되어야 할 사회적 활동의 결과물로 인정받는걸까. 결국은 당사자로서의 고민과 실천 여부가 중요할 것이다. 누군가 선심쓰듯 베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우리가 실천을 통해 내놓는 해답. 누구도 폄하하지 못할 가치는 여기서 나오는 것일 것이다. 이것은 밥 먹는 것 외에도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던 똑같다.
‘당사자’라는 말이 익숙치 않은 필자는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당사자로서 나서는 것을 망설이지 말자고.
/장보람 전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유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