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색지장 김혜미자' 구술 채록집 발간

무형문화재 보전 사업 일환 장인의 외길 인생 담아

색지장 김혜미자

무형유산은 살아있는 예술로 통한다. 

유형유산과 달리 전승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멸한다.

전북은 무형문화재가 많다. 

그런 점에서 무형유산을 알리고 기록하는 것은 후대의 몫이다.

전북도가 발간한 <색지장 김혜미자>는 색지공예 장인에 대한 의미있는 기록을 책자로 엮었다.

김혜미자(82) 장인은 전북 무형문화재 제60호 색지장으로 도가 무형문화재 원형 보전을 위한 연구 및 기록화사업의 일환으로 책자를 만들었다.

송미령 예원예술대 한지조형학과 교수 등 연구진은 전주한옥마을 작업장에서 장인과 면담하고 채록했다.

전북도가 발간한 '색지장 김혜미자'

꽃꽂이를 하며 평범하게 살던 장인은 운명처럼 한지에 꽂혀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 1987년 색지공예에 입문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입문한 만큼 끝까지 배워 공예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장인의 일념 하나로 버텨온 세월이다.

"전주한지가 유명하다는데 아무도 색지공예가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의무와 사명감으로 1993년 전북예술회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장인은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도 작품 활동에 몰두한다.

전주에서 색지공예의 아름다움을 선보인 건 장인 정신의 승리였다.

색지장 김혜미자의 작업 모습

"색지공예는 가장 아름다운 공예인데요. 한지를 40여장 붙여서 합지를 만들고 여러 가지 색을 입혀 상서로운 문양을 새긴 섬세한 작업이에요."

책은 장인의 구술에 의존하지만 색지공예 제작 방법과 장인의 작품 및 연보를 수록했다. 

장인은 전주에서 한지공예대전의 씨를 뿌리고 전수생들에게 전통공예의 멋을 전파하고 있다.

"전수자는 수입 보다 '한지가 나다'란 생각을 가지고 완주해야 합니다."

현대사회는 물질 만능주의로 물들어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됐다.

그런 시대에 장인이 제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책으로 남았다.

"우리가 자식을 사랑하듯이 또 자기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사랑하듯이 한지를 사랑하길 바랍니다."

전주여고를 졸업한 장인은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상기호 작가에게 색지공예를, 충남무형문화재 지승장 최영준 장인에게 지승공예를 사사했다.

한지의 고장이지만 한지공예의 불모지였던 전주에서 한지공예 발전에 앞장선 그는 국내 및 일본 등 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열었다.

작품 활동으로 제1회 전국한지공예대전 대상 등을 수상했고 전주시민의 장 문화장, 전북도지사 감사패, 문화관광부장관상, 국새 제작 참여로 대통령 포상을 받았다.

현재 (사)한지문화진흥원 이사장 등을 맡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