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회 남원 춘향제에 즈음하여

조현건 전 전북병무청장

내 고향은 남원 광한루와 200여 미터 떨어진 곳, 옛날 지명으로 삽다리라 불리었던 쌍교리이다. 5월의 싱그러운 계절, 가정의 달에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제93회 남원 춘향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내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필자가 가장 애송하는 옛날 명시조가 생각나서 적어본다.  

金樽美酒(금준미주)는 千人血(천인혈)이요, (금동이의 아름답게 빚은 술은, 만백성의 피요.)

玉盤佳肴(옥반가효)는 萬姓膏(만성고)라. (옥소반의 맛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燭淚落時(촉루락시)에 民淚落(민루락)이요,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歌聲高處(가성고처)에 怨聲高(원성고)라. (노래소리 높은 곳에, 원망하는 소리 높도다.)

이 시는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지방행정 감찰의 사명을 띠고 남원에 당도해 원님인 변학도의 학정(虐政)을 신랄하게 꾸짖는 시로 알려져 있다. 국가의 록(祿)을 받고 있는 공직자의 각성을 촉구하는 시(詩)이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며 다시 한번 음미해볼 필요를 느낀다.

지금 우리는 글로벌시대에 안보와 경제 전쟁이라 할 수 있는 대 혼란기 또는 어려운 시기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한편에서는 호화사치가 극에 달하고, 터무니없이 비싼 양주를 마시며, 없는 사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뽐내며 주책을 부리고 있다. 반면 없는 이는 인간으로 최소한의 생활마저 위협받고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어려운 이웃도 있다. 이를 생각하며,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따뜻한 온정으로 어루만져주는, 훈훈하고 밝은 사회를 만들어,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다 같이 더불어 잘사는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필자는 남원 태생이란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 중 한사람이다. 원래 남원고을은 쾌적하고 살기 좋은 충절의 고장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2000년대 초에는 남원시가 전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뽑힐 만큼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곳으로 평판이 나있다.

또한 남원시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삼국통일시대에는 9주 5소경 중 한 곳으로 사통팔달의 교통중심지였고, 충∙효∙열∙예를 갖춘 충절의 고장이기도 하다. 고려말 조선초기 명재상인 황희 정승이 남원으로 와서 살아, 남원고을 사람들은 황희 정승의 영향을 많이 받아 행실이 올바른 ‘남원 양반’이라는 칭호도 들어왔다.

특히 남원 광한루원은 빼놓을 수 없는 명물로 신선의 세계관, 천상의 우주관을 표현한 우리나라 제일의 누각이 있는 정원이다. 광한루는 1419년 명재상 황희 정승이 광통루라는 이름으로 건립했고 1444년경 정인지가 광통루를 칭송하면서 지금의 광한루라고 불렸다고 알려져 있으며,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 등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누각중 하나로 꼽힌다. 오작교는 까마귀 오(烏), 까치 작(鵲), 다리 교(橋)로, 은하수에 까마귀와 까치들이 서로 몸을 잇대어 다리를 만들어서 견우 직녀가 만나 사랑을 속삭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예술성이 뛰어난 광한루에서는 매년 춘향제가 열리는데, 우리나라 전통문화축제 중 가장 인기 있고, 알찬 전통문화축제로 꼽힌다. 남원시는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나아가서는 세계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춘향제를 더욱더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우리나라 대표 명창인 안숙선 명창이 남원 출신이기에 예술인들의 건의와 아이디어를 발굴해, 춘향제 발전위원회라도 만들어 매년 발전하는 춘향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현건 전 전북병무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