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뒤영벌 수벌은 쏘지 않는답니다. 상자에 손을 넣고 날아다니는 벌들을 만져보세요.”
20일 찾은 전북혁신도시 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이나 전북 혁신도시 인근 주민들이 뜨거운 햇볕에도 드넓은 이곳을 찾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원 70주년을 맞아 처음 개방하기로 하면서,원예특용작물에 관한 연구 성과나 생소한 식물 등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맨처음 보이는 홍보관에서는 뒤영벌만져보기, 껍질재 먹는 포도 ‘홍주씨들리스’ 만져보기, 씨없는수박 시식 등의 체험이 인기를 모았다.
뒤영벌 만지기 체험을 한 김민준(11)군은 “부모님이 요새 꿀벌이 많이 사라졌다고 알려줬는데 직접 벌을 보고 만져보니 신기했다”며, “뒤영벌과 꿀벌의 차이가 궁금하다”고 했다.
침이 없어 쏘일 위험이 없는 뒤영벌 수벌은 꿀벌보다 몸이 크고 활동적이어서 꿀벌로 수정하기 어려운 작물에 수정효과가 큰 데, 지난 1994년 농촌진흥청이 수입에 의존하던 뒤영벌을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보급화됐다.
한국 원예농업의 선구자인 우장춘 박사의 일대기와 주요업적도 볼 수 있었다.
김진아(13)양은 “옛날에는 배추 이파리가 퍼져있었는데 우장춘 박사님이 동그랗게 오므려진 오늘날의 배추(결구배추)를 개발했다고 한다”며 “우리가 먹는 음식재료 중에 과학원에서 품종개량해서 더 좋아진 것들이 많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40대 이상 방문객들은 온실 안 미세먼지 저감 식물과 과학원이 자체 육종한 접목선인장 등에 관심을 가졌다.
백랑금, 율마, 멕시코소철, 박쥐란, 파키라 등 일상에서 비교적 많이 키우는 식물들이 미세먼지 저감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움을 표했다.
가장 큰 호응을 얻은 프로그램은 야외 비눗방울놀이와 화분심기 체험. 학생과 아이들은 바질, 로메인 상추, 케일 묘목을 화분에 심으며 식물 기르는 법을 배웠다.
“평소엔 그냥 지나치던 곳이었는데 혁신도시 기관에 들어와 보니, 이렇게 넓은 잔디밭과 수목공간이 있는 줄 몰랐다”는 혁신도시 주민 김지현(38)씨. 그는 “비눗방울을 불며 뛰노는 아이들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 앞으로 주기적으로 시민개방이 이뤄져 전북도민들에게 사랑 받는 기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방문객들은 실생활에 접목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작물연구 성과를 알아볼 수 있고, 아이 눈높이에 맞춘 식물체험을 할 수 있어 높은 만족감을 보였다.
동시에 혁신도시 입주기관으로서 인근 주민들에게 시민친화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주기적인 시민개방과 자세한 연구 설명과 안내의 필요성도 당부했다.
본래 개방·홍보를 주목적으로 한 기관이 아님을 감안해도 방문객들이 동선을 찾지 못해 헤매거나 동선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방문객들도 이날 초대된 기관 글짓기대회 수상자들이나 당일 알게 된 인근 주민들이 상당수였다.
방문객 김모씨는 "홍보관 로비에 사람들이 모이면 견학안내자가 간략한 설명을 해주긴 했지만, 전시된 식물·식품 옆에 연구과정이나 전시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같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뒤양벌이나 껍질째먹는포도 등을 만져보고 끝나는 것보다, 왜 여기에 전시됐는지를 같이 알았으면 본래 취지가 더 살아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