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흥미로운 구경거리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은 싸움구경과 불구경이라는 말도 있다.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 또는 동물 간에 싸움을 붙이고, 이를 구경하면서 즐겼다. 인간들끼리의 실제 싸움을 대신하는 이벤트로 권투와 레슬링·킥복싱 등의 스포츠가 발전했고, 동물을 훈련시켜 싸움을 붙여놓고 이를 즐기는 투견(鬪犬·개싸움), 투계(鬪鷄·닭싸움) 등이 지구촌 곳곳에서 성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북 청도군과 경남 의령군, 전북 정읍시·완주군 등 전국 11개 지자체가 매년 소싸움 대회를 열어왔다. 소로 논밭을 갈던 농경사회에서 마을축제의 하나로 열렸던 전통 민속경기를 계승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 동물보호법이 개정·시행되면서 투견·투계와 같은 동물싸움은 불법이 됐다. 법률에서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한 것이다. 하지만 소싸움은 예외다. 현행 동물보호법(제10조)이 동물학대 행위를 나열하면서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도 별도로 있다. 지난해부터는 각 지자체가 ‘소싸움 대회’라는 명칭을 ‘소 힘겨루기대회’로 일제히 바꿨다.
수년 전부터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법을 개정해 소싸움을 폐지해야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자연상태에서 싸우지 않는 초식동물인 소를 억지로 싸우게 하는 것 자체가 동물학대라는 것이다. 올들어 각 지자체가 코로나19로 3~4년 간 중단했던 소싸움대회를 속속 재개하기로 하면서 ‘전통문화냐, 동물학대냐’를 놓고 불거진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정읍시가 섰다. 대회 예산을 세워놓은 정읍시가 ‘제23회 정읍 전국 민속 소힘겨루기대회’를 6월 8일~12일에 열기로 하면서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전국 각 지자체가 추진한 올 소싸움대회는 동물학대 논란이 아닌 구제역에 발목이 잡혔다. 최근 방역당국이 구제역 긴급 방역조치에 나서면서다. 정읍시도 대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당장 극한의 갈등과 대립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불씨는 남았다. 이와 달리 완주군은 일찌감치 올해 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2004년부터 2019년까지 해마다 대회를 열어온 완주군은 올초 소싸움경기를 완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은데다 동물학대 논란까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예산을 투입해 논란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동물학대 논란과 상관 없이 싸움은 구경의 대상이 아니라 말려야 하는 것이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랬다’는 속담도 있다. 아울러 ‘지역 한우의 우수성을 알려 축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대회의 본래 목적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제 정읍시에서도 소싸움대회 지속 또는 폐지 여부를 고민해서 확실하게 결론을 내야 할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