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앨 것인가, 존치할 것인가.’ 학교 담장을 둘러싼 논란은 오랫동안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학교 담장이 주변 미관을 훼손하고, 폐쇄적인 교육 공간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지자체 지원으로 학교 담장 없애기 사업이 속속 추진됐다. 콘크리트 담장이 녹지공간‧주민 소통공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학습권 보호와 학생 안전을 위해 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당국의 정책은 오락가락했다. 애써 허물어 낸 학교 담장을 다시 쌓는 일도 생겼다. 학교 운동장을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일관성을 잃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와 각 지자체가 학교 담장 없애기 사업을 역점 추진했다. 마침 그린캠퍼스 조성사업에 나섰던 대학도 참여했다. 전북에서는 전주교대를 시작으로 군산대와 전북대가 속속 담장을 없애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초‧중‧고교에서는 우려했던 문제가 생겼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는 담장이 없는 전국 초‧중‧고교에 대해 최고 1.8m 높이의 투명펜스를 설치하도록 했다. 대낮에 학교 운동장에서 발생한 아동 납치 성범죄 사건(2010년)이 일으킨 파장이다. 이후에도 어느 한쪽의 가치를 앞세울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학교 울타리를 넘어 온마을이 배움터가 되는 시대, 마을과 학교가 하나 되는 새로운 교육생태계에 관심이 쏠렸지만 학교 담장 허물기를 선뜻 의제로 올리지는 못했다. 학생 안전 문제가 부담이었다.
그런데 최근 지역사회와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 낸 새로운 형태의 학교가 속속 등장해 오랜 담장 논란을 무의미하게 하고 있다. 저출산 시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생활SOC 학교시설 복합화’ 사업을 통해서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해 학교 유휴공간에 수영장과 주차장‧도서관 등 교육·돌봄, 문화, 체육‧복지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학생과 주민이 공동 활용하자는 것이다. 공간혁신을 통해 주민복지 시설이 학교 안에 들어서면서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제한하는 담장은 의미가 없어졌다.
교육부는 지난 3월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전국 각 지자체와 교육청이 업무협약을 맺고 학교복합시설 조성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이 신설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복합시설을 잇따라 조성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시대, 학교를 신설할 때 유·초·중학교와 주민시설이 복합화된 미래형 통합학교로 설계해 학교 신설을 억제하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전북교육청도 최근 학교복합시설 공모사업 설명회를 열고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미 구축해 놓은 지자체와의 교육협력 체계가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 안전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최우선으로 지켜내야 할 가치다. 그렇다고 울타리로 방어막을 치고 배움터를 지역사회와 철저하게 단절시켜 놓을 수만은 없는 게 시대의 흐름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