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저염식=건강식’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식사에 의한 소금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발효식품인 김치 및 된장, 간장, 고추장등이 고염식품으로 지목되면서 이들 식품에 대한 섭취량을 제한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수세기 동안 우수하다고 자부하며 섭취해 왔던 우리 전통발효식품이‘고염식품=질환유발’이라는 오명으로 인해 자칫 장류를 주축으로 하는 K-푸드에 대한 건강유해 불안감과 기피현상을 가져올 것이 염려된다.
그러나 필자의 실험실에서 진행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순수한 소금(table salt)과 발효식품 중의 소금의 체내 대사는 확연히 달랐다. 실험동물(흰쥐)에게 소금(table salt)과 동일한 염도의 장류(간장, 된장 및 고추장)을 섭취시켰을 때 순수한 소금물(8%)을 섭취한 흰쥐는 1주 이후부터 고혈압이 유발되었다. 반면, 동일한 소금농도의 장류를 섭취시킨 흰쥐의 혈압은 상승되지 않고 정상혈압을 유지하였다. 한국전통장류 섭취는 그 식재료와 발효과정 중에 생성되는 생리활성물질 등에 의해 나트륨 체내 혈압조절기전, 관련 유전자 발현 및 체외 배설이 조절되어 순수 소금섭취와는 다르게 정상혈압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외에도 김치 섭취와 고혈압 발생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타 연구결과도 있으며, 발효음식이 특징으로 꼽히는 한식의 섭취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있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감소시켰다는 임상시험 결과도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면밀히 살펴보면, 한국전통발효식품이 고염분식품이어서 고혈압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인식에는 큰 오류가 있다.
프랑스인들이 식사와 함께 곁들이는 적포도주(와인)는 그 속에 함유된 생리활성물질(레스베라트롤)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는 다수의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근거로 이를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라고 하며, 프랑스인의 건강비결이라고 여겨진다.
실제로 국제통계자료에서도 한국인은 소금섭취량에 비하여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K-푸드를 통한 전통발효식품섭취가 고염식품의 체내 부정적인 영향을 막아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고 생각되며, 이를 ‘프렌치 패러독스’와 견줄 수 있는 ‘코리언 패러독스(Korean paradox)’ 라고 제안한다.
유해 균을 막고 충분한 발효를 위해서는 한국전통발효식품의 제조공정에서 고농도의 소금 첨가는 필수적이다. 하루빨리 소금 함량이 많은 ‘전통발효식품이 고혈압 등의 질환 발병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씻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통발효식품에 함유된 고염분과 이로 인한 질병의 유병률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순수한 소금으로 첨가되어 짠맛을 내는 '비발효식품'과 소금 첨가 후 발효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발효식품' 중의 가치평가 척도를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차별화할 수 있을 때 우리 전통발효식품의 우수성은 국제적으로 올바르게 평가받을 수 있으며, 더불어 진정한 K-푸드의 세계화가 달성될 것이다.
/차연수 전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