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는 올해로 창간 73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우리는 한국 현대사의 격랑과 함께 전북의 산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전북 언론을 지켜온 종가(宗家)로서, 도민들의 기쁨과 아픔을 대변해 왔다. 나아가 지역 의제를 설정하고 지역발전을 견인하는데 앞장서 왔다.
△ 새로운 리더십, 성과 보여야
그러나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전북의 현실은 냉엄하다. 도약은 커녕 후퇴의 연속이었다. 도민의 수는 해마다 줄고 경제력 또한 전국 최하위권이다. 돌파구를 찾아 변화와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다행히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의 리더십이 상당부분 바뀌었다. 김관영 도지사와 서거석 교육감, 우범기 전주시장 등이 그 주역이다. 이들은 당선된지 1년이 되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성과를 통해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우선 128년만에 바뀌는 전북특별자치도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전북은 그동안 호남권역에 묶여 광주·전남의 이중대 역할에 그쳐야 했다. 여기에서 벗어나 중앙정부를 탓하지 않고 독자권역으로서, 스스로 자치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온 것이다. 국무조정실과의 조율을 거쳐 껍데기 뿐인 특별자치도법에 ‘특례’라는 뼈와 살을 입혀 전북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작업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또한 전북이 역량을 결집해 진력하고 있는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도 성공적 결실을 맺어야 할 것이다. 제2의 반도체라 불리는 이차전지를 유치하게 되면 지지부진한 새만금 산업단지도 살리고 전북의 산업 생태계에도 일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더불어 새정부 들어 추진하고 있는 글로컬 대학 선정에 전북지역 대학이 반드시 들어갔으면 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지방대학 구조조정 일환으로 추진하는 글로컬 대학 공모는 대학간 통합이 관건이다. 도내에서는 전주대, 비전대, 예수대가 통합을 전제로 공동신청했다. 하지만 도내에서는 전북대와 군산대, 전주교대의 통합이 시너지 효과가 클텐데 거론조차 되지 않아 아쉽다.
△ 갈등 벗고 상생으로 나가야
전북은 지금 인구가 크게 줄고 경제력 또한 피폐한 상태다. 개발연대에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발전전략 탓에 도세가 크게 기울었다. 한때 252만 명에 이르던 전북인구는 지난해 17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1인당 지역내 총생산을 나타내는 2021년 GRDP 또한 3091만원으로 전국 4012만원의 77%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전북은 각종 갈등으로 낙후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문제가 대표적이다. 1997년 처음 통합을 시도했던 전주 완주 통합작업은 26년 동안 세 차례나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로드맵으로 보면 내년 10월 전까지 주민투표를 해야 2026년 통합시 출범이 가능하다. 전북도와 전주시, 완주군, 정치계가 대승적 차원에서 앞장섰으면 한다. 또한 새만금지역과 군산 김제 부안을 하나로 묶는 새만금 메가시티도 아직은 요원하다. 다른 지역은 광역간 메가시티나 특별연합이 추진되고 있는데 우리만 지역이기주의로 뒷걸음치는 형국이다. 이와 함께 전주의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고 남원 공공의전원 설립도 제자리 걸음이다. 전주의 경우 대한방직터와 종합경기장은 분명한 방향을 잡고 좀 더 앞으로 나갔으면 한다.
△ 진실·정직한 언론으로서 다짐
생일을 맞는 오늘, 우리는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하고자 한다. 우리는 과연 도민들의 새벽잠을 깨우는 목탁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 지역 화합을 이끌고 환경 감시와 대안 제시에 소홀함이 없었는가? 나아가 지역발전을 얼마나 견인했는가? 이러한 물음에 겸허하게 옷깃을 여미고자 하는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 전북은 이제 대전환기 맞고 있다. 이러한 때 정치 지도자의 능력과 열의는 전북 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전북의 정치권은 존재감 자체가 미미해 안타깝다. 내년 4월 선거는 이들에 대한 심판이 되어야 한다.
전북일보는 앞으로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에 게으르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창의력 넘치는 대안 제시에 앞장서고자 한다. 갈등 현안에 대해 도민들의 뜻을 하나로 묶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만의 특색 있는 뉴스를 발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지역발전과 접목시킬 것이다. 우리는 73년의 전통을 단순히 자랑과 긍지로만 생각지 않는다. 이를 변화의 동력으로 삼아, 전북발전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