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이팝의 그림자-전재욱

고봉 쌀밥 한 그릇

나무 위에 걸려 있다

 

땔감 없어 칠십 리 변산에서

종일 걷고 걸으며

지게질

 

흉년들어 먹을 것 없어

소나무 생키로

개떡 쪄먹던 육이오

 

살육의 남북전쟁 그 시절이

쩍 벌어진 사자 이빨 보듯

흉측스러이 솟고라진다

 

어머니 독새기 풀때죽으로

점심 때우든 그 시절

쌀밥 한 그릇은 대접받았다

 

이팝나무 이팝꽃에서 옛 고통을 견디어 낸 숨소리가 들린다. 생각만 하여도 고봉밥은 가장 슬픈 눈물이 강물처럼 흐른다. 가난이 웃음꽃으로 피어난 꽃은 화자의 꿈을 슬프지만 화려하게 대접한다. 어린 시절의 아픔과 고통의 상처를 “어머니 독새기 풀대죽”이 위로하는 꽃이다. 혹독한 겨울을 경험한 꽃은 자비롭다. 고봉밥 한술 떠먹고 가라고 외로운 사람 붙잡는 꽃이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