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약속, 무기력한 전북정치권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2년차에 들어섰다. 자치단체장들도 20일 후면 2년차에 들어선다. 세월이 빠르다는 걸 실감할 뿐 손에 잡히는 게 없다. 하지만 점검할 건 점검하고 따질 건 따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좌고우면하지 않는 상남자 스타일이다. 추진력이 강점이다"(라경균 윤석열후보 호남본부장, 국민의힘 김제부안당협위원장).

소통과 협치는 단점이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갖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다. 1년이 넘도록 야당 대표와 회동하지 않고 있다. 소통과 협치 없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역정책은 지역의 중요한 관심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도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러 약속과 메시지를 내놨다.

"임기 중에 새만금사업을 마무리 하겠다" "새만금과 전북을 기업들이 바글거리는 지역으로 만들겠다"(2022년 4월24일 공군헬기로 새만금 시찰 후). 

전북의 금융중심지 지정도 자신에 찬 어조로 확약했다. "전주가 이제 서울 다음의 제2의 금융도시로 확고하게 자리잡아야 한다"(2022년 2월12일 전주역 기자회견), “기금운용본부가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연기금 특화 금융도시로 육성하겠다”(2022년 1월 전북의 유권자에게 보낸 손편지).

이랬던 현안을 대통령직인수위가 국정과제로 채택하지 않았다. 얼마전 장수 출신의 박용진 국회의원(민주당, 서울 강북 을)이 정무위에서 이걸 문제 삼았지만 전북 정치권은 누락 당시엔 왜 침묵 했는지 이게 더 궁금하다.  

인재중용은 어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호남인재를 중용하겠다"(2022년 2월12일 전주역 기자회견). 그런데 내각과 대통령실의 전북출신 인사는 가뭄에 콩 나듯 척박하다. 한덕수 총리를 빼면 무장관이나 마찬가지다.

전북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14.4%였다. 역대 최고 지지율이다. 그런데도 정책과 인사에서 홀대 받고 있으니 표만 챙기고 약속은 나몰라라 하는 이른바 ‘먹튀  대통령’이란 질책이 뒤따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전북의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다. 존재감을 드러낼 정치역량도 미흡하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데 울지도 않는다. 립서비스만 화려하다. 성과로 나타난 건 내것이고 미완은 남 탓을 한다. 방법론을 놓고 고민하지도 않는다. 진성당원만 잘 관리하면 당선되니 머리 쓸 일이 없다. 정치를 아주 쉽게 하기  때문에 치열성도 떨어진다.

5년째 표류중인 남원 국립의전원, 기재부 반대에 부딪친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해법을 찾지 못하는 이유도 다 그런데 있다. 

내년 1월18일엔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 올 하반기엔 ‘공공기관 이전 시즌2’가 작동된다. 6월중엔 국가전략산업인 2차전지 특화산단이 선정된다. 포항, 울산, 오송, 새만금이 대상이다. 모두 전북발전의 획기적 전기가 되는 현안들이다. 하지만 무기력한 정치역량으로는 어려운 숙제들이다. 

“군산이 새만금과 함께 공항 항만 철도의 트라이포트가 어우러진 ‘산업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2022년 1월 전북의 유권자에게 보낸 손편지). 윤 대통령의 약속대로 라면 2차전지 특화산단은 새만금이 돼야 맞다.

"윤석열 정부는 곧 지방시대다"(2022년 4월20일 대통령직인수위 지역균형발전 특별위원 간담회). 임기 2년차부터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파격적으로 추동시켜 나가야 한다. 

대통령의 약속은 천금의 무게를 갖는다. 지켜야 맞다. 그렇지 못할 땐 이유를 설명하고 사과해야 옳다. 임기 4년이나 남았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상남자의 추진력을 지역간 균형과 지역정책 약속 이행에 쏟아붓길 기원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