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콩 연구·개발로 노벨상 후보까지 올랐던 전주 향토기업 ‘함씨네토종콩식품’이 부도 상황에 처했다.
전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한 식당이 경영악화로 빚을 남기면서 재산 가압류·급식 납품 거부 등 연쇄적인 운영 악화를 일으켰는데, 결국 생산 공장까지 경매로 넘어간 것이다. 토종 콩 식품 기업 ‘함씨네’는 공장 임대를 해서라도 ‘우리 콩 살리기’ 사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비싼 임대료로 이마저도 불투명해져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함정희(71) 대표가 이끄는 ‘함씨네토종콩식품’은 국산 쥐눈이콩으로 청국장 환과 두부, 콩물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토종 콩 독립투사’로 평가받고 있는 함 대표는 20년간 우리 토종 콩 식품 연구 개발에 열정을 쏟았다. 해독력과 약성이 뛰어나 흔히 '약콩'이라 불리는 쥐눈이콩(서목태)은 우리나라에서만 나는 것으로, 단가가 수입콩의 10배에 달해 외면 받았던 이 콩을 함 대표가 발굴해 식품화했다. 개발특허를 받은 ‘쥐눈이콩 마늘청국장 환’이 대표주자다. 효능을 제대로 연구하고 알리기 위해 늦깎이 대학원생이 돼 관련 박사학위도 취득하는 등 오직 ‘토종 콩으로 국민 건강 지키기’에 매달려 왔다. 이 공을 인정받아 2019년에는 한국노벨재단으로부터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시 위탁시설 식당 운영 적자,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자금난에 시달렸고, 결국 지난달 생산공장이 경매로 넘어가 낙찰됐다.
함 대표는 “공장을 잃었더라도, 현 공장에 임대료를 주고 세 들어서라도 ‘토종 콩 먹거리’를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공장이 없으면 당장 제품 생산이 중단되고, 다른 공장에 터를 잡아 새로 시설 인·허가를 받기까지는 1년여가 걸리는 상황.
현재로선 현 공장 임대가 최선안인데, ‘함씨네’는 건물주가 제시한 임대 조건이 인근 시세에 비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전주 팔복동에 위치한 현 공장건물은 감정가 3억 6000만원에 경매에 나왔지만 낙찰가율 175%가 넘는 6억 원대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함 대표는 “공장 인수자에게 임대 뜻을 밝혔더니 보증금 7억 원에 임대료 650만원 조건을 제시했다”며, “650만원은 현재 은행 계좌에 30억 원을 예금했을 때 나오는 한 달 이자 수준”이라고 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주 팔복동 인근 시세가 보증금 3000만원에 임대료 200만원 안팎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 대표는 “돈을 벌 생각이었다면 진작 수입콩 제품 생산으로 전환했을 것이다. 큰 욕심 없이 오직 우리 토종 콩을 지키고 토종 콩식품이 사장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운영을 이어가고자 한다”며 “하지만 현재 제시받은 임대료는 건물 가치에 비해 해도 너무한 금액이다. 거저 달라는 것도 아니고 임대료를 낮춰 시세에 맞게 책정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