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영웅’ 노래로 심금을 울리다

1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서 전주 투어 열려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이 쌓아온 관록 엿보여

뮤지컬 ‘영웅’의 한 장면. /사진제공=한국소리문화의전당

“피고 안중근, 피고 안중근은 사형에 처한다” 재판관이 판사봉을 두드리자 안중근 장군은 분연히 일어나 일본에게 일갈한다. “모두들 똑똑히 보시오.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를 살해한 미우라는 무죄, 이토를 쏴 죽인 나는 사형. 대체 일본법은 왜 이리 엉망이란 말입니까?”

뮤지컬 ‘영웅’이 지난 1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전주 투어를 가졌다. 이번 공연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일제에 목숨 걸고 항거한 독립운동 투사를 다시 한 번 기억하게 만드는 뜻 깊은 자리였다.  

2009년 첫 무대에 오른 뮤지컬 ‘영웅’은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9번째 시즌으로 3년 만에 공연을 재개했다. 뮤지컬은 지난해 말 영화로 개봉됐는데 이와 비교해보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공연장에서 배우들의 표정과 숨소리마저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빠른 무대 전개와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 연기와 노래는 다년간 축적된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의 관록마저 엿보였다. 

뮤지컬 ‘영웅’은 국내 관객들과 평단의 고른 찬사를 받으며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노래와 춤, 연기가 어우러진 뮤지컬은 종합예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전주 투어에서 ‘안중근’ 역으로 출연한 민우혁은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작품에 출연한 배우답게 탁월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안중근 장군이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대한독립을 외치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마침내 이토 히로부미가 탄환에 쓰러질 때 무대가 어두워지면서 암전이 된 후에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었다. 극의 마지막 안중근 장군의 사형이 집행되기 전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가 노래로 낭독되고 ‘장부가’가 울려 퍼지는 장면은 심금을 울렸다. 

영국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의로운 사람이 많으면 결코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듯이 안중근 장군처럼 위대한 헌신을 몸소 실천한 호국영웅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뮤지컬 ‘영웅’은 일깨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