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문화관광재단의 유튜브 채널에 조회수 백만 뷰를 돌파한 뮤직비디오가 출현했다.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를 패러디한 ‘개 내려온다’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몇 년 새 군산의 홍어 어획량이 전국 최고지만 인지도가 낮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개 내려온다’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민관협력의 공공 마케팅의 일환이다. 이 영상은 민(民) 주도의 지역 캐릭터를 공익적 목적에 활용하는 선례가 되고 있다.
영상에 등장하는 견공인 ‘먹방이’는 군산문화협동조합이 만든 ‘먹방이와 친구들’의 대표 캐릭터다. ‘먹방이’ 캐릭터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조선에서 외교와 세관 업무를 담당했던 묄렌도르프가 세관 업무를 맡기려고 프랑스인 라포트를 채용했다.
군산 세관에 발령받은 라포트는 자신의 애견인 프렌치 불독을 데려왔는데, 불독의 코 모양이 돼지코를 닮아 먹성 좋게 생겼다고 ‘먹방이’로 불렸다. 여기서 마지막 문장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역사적 사실에 그럴듯한 스토리를 입힌 것이다.
지역 캐릭터는 그 자체로도 문화상품이지만 지역발전과 공공서비스 개선에 활용될 수 있다. 일본 구마모토현의 지역 캐릭터인 ‘쿠마몬’을 활용한 상품은 수만 개에 이르고, 수조 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관(官) 주도의 지역 캐릭터로는 고양시의 ‘고양고양이’를 제외하고 생명력이 긴 캐릭터의 성공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지자체 주도의 지역 캐릭터의 경우, 지자체장의 결정에 따라 캐릭터의 지속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8년 서울시의 오세훈 시장이 ‘해치’라는 캐릭터를 출범시켰지만 2011년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해치 관련 예산이 끊겼고 ‘해치’의 생명력은 급격히 저하됐다. 이렇듯 정치적 이해관계는 지역 캐릭터의 생명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역 캐릭터의 가치는 산업성, 공익성, 지속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제작사 같은 민간 사업자는 캐릭터의 산업적 가치를 중시한다.
캐릭터 산업은 매년 성장해왔고, 한국의 수출 효자 종목이기도 하다. 2022년 발행된 콘텐츠 산업백서에 따르면, 전라북도의 캐릭터 산업의 종사자 수는 15개 지자체(6개 광역시와 9개도) 중 인구수 대비 13번째로 낮지만 캐릭터 산업 매출액 규모는 9번째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으면서 캐릭터 사업은 아바타나 메타휴먼과 같은 지식재산권의 진화와 함께 NFT를 비롯한 디지털 경제로의 확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자체는 지역 캐릭터의 산업적 가치보다 공익적 가치에 무게를 둔다. 특히 지역 및 관광 활성화라는 지자체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캐릭터를 개발한다.
앞서 언급한 일본 구마모토현의 지역 캐릭터인 쿠마몬은 2019년 기준 일본 소비자의 캐릭터 호감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즉 지역 캐릭터의 공공성이 산업적 가치로 이어진 대표적인 경우다.
지역 캐릭터의 생명력을 마차에 비유한다면, 공익성과 산업성이라는 양쪽 바퀴가 모두 잘 굴러가야 한다. 또 마차를 모는 마부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말을 몰아야 한다.
‘개 내려온다’의 흥행은 민관협력을 통해서 지역 캐릭터가 지역문제를 개선하고,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다. 지자체는 민간의 지역 캐릭터를 방치하기보다는 지역 경제와 문화, 도정 홍보와 공공서비스 개선 등을 위한 활용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캐릭터 사업을 직접 주도하면서 정치적 굴곡에 따른 지속적 가치를 시험하기보다는 이미 민(民)의 노력으로 생명력을 키워온 지역 캐릭터를 잘 활용해 민관협력과 지역 상생을 위해서 관심을 기울일 때다.
/오원환 국립군산대학교 미디어문화학과 교수